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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건축 칼럼 -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게

Written by 건축가 조윤희 | 2021년 12월 09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건축사는 건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건축이란...?

 

마이다스캐드가 들려주는 M칼럼!!

조윤희 건축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필진. 건축사 조윤희

    2021년도 젊은 건축가상 수상

    서울시 공공 건축가

    구보 건축사 사무소 대표

    한국 건축사 / 미국 건축사

 

목차

 

01.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02. 우아한 현관?!

03. 건물을 지을 때 놓치기 쉬운 요소

04. 계단과 난간의 디테일

05. 우리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

06. 건축가와 시공자들의 노력은 변화의 씨앗

 

01.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아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보면,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여러 차례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초반에는 매력적인 형태나 화려한 외관을 가진 건물들이 멋져 보였다가, 건물 자체는 평범하더라도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생각이 멋있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 호감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좋은 건축’에 대한 생각은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생각을 정리하여 몇 가지의 특성들을 나열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축설계는 주어진 조건을 파악하고 그것을 변형하여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건축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는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여 상대적으로 사소한 부분들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습에 따르거나, 시공하는 주체가 알아서 하도록 남겨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빌라집 리모델링 변경 전(좌) / 변경 후(우)
ⓒ 구보건축

 

현장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도면에 담지 못하고 임의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그 형태나 만듦새가 날이 서있지 못하고, 뭉뚱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좋은 건축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건축가의 의도대로 선명하게 잘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축가들은 종종 사소한 것에 비정상적일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화동 근린생활시설의입면 구성요소로 다루어진 홈통 디자인
ⓒ 텍스처 온 텍스처

 

 

대부분의 도로는 여러가지 이유로 작고 큰 경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평한 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약간의 구배를 가지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건물의 바닥은 평평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사진 도로와 평평한 바닥을 가진 건물이 잘 만나기 위해서는 도로의 경사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건물바닥의 기준높이를 적절하게 위치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도로와 건물이 만나는 방식은 선명하지 않고 뭉개져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