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CAD) 스토리를 담다 - midasCAD blog

조윤희 건축 칼럼 - 상상력의 공간

Written by 건축가 조윤희 | 2022년 02월 03일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공간과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합니다.

 

마이다스캐드가 들려주는 M칼럼!!

조윤희 건축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필진. 건축사 조윤희

    2021년도 젊은 건축가상 수상

    서울시 공공 건축가

    구보 건축사 사무소 대표

    한국 건축사 / 미국 건축사

 

목차

 

01. 먼 산 - 김규항

02. 비어있는 공간

03. 공간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04. 다양성이란 가치

05. 도시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06. 인터뷰 영상 감상

 

01. 먼 산 - 김규항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건축에서의 상상력이라고 하면, 매력적인 이미지, 화려한 외관, 혹은 미로와 같은 복잡한 공간, 놀이동산에서나 존재하는 동화속의 마을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일차원적인 건축형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공간과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합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린이잡지 발행인 김규항의 글 한 부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놀이동산이니 놀이캠프니, 놀이도 상품화하다보니 적어도 눈과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 정도는 지어야 노는 아이들이구나 싶다.

그러나 빠르고 센 놀이가 있듯 느리고 부드러운 놀이도 있다.

혼자, 혹은 동무와 함께 가만히 앉아 별다른 목적도 내용도 없이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인 것이다.

며칠 전 충청도 어느 시골 고개를 넘다 눈에 들어온 풍경에 가슴이 저렸다.

외딴집 툇마루에 두 아이가 나란히 걸터앉아 땅에 채 닿지 않는 다리를 까닥거리며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먼 산 보는 아이를 본 게 대체 얼마만인지.

만일 아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한참 먼 산을 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그 평화로운 풍경을 훼방할세라 조용히 미소 지으며 지나칠까?

사람이 복잡한 존재인 건 사람에겐 영혼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영혼은 언어로 표현할 수도 수치로 계량할 수도 없는 참으로 참 모호한 것이지만,

영혼이 없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며 행복이라는 것도 결국 영혼의 상태로 좌우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무리 초라한 처지라 해도 영혼이 충만한 사람은 아랑곳없이 행복하다.

그러나 행복의 조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갖추어도 영혼이 결핍된 사람은 외롭고 허무해서 더는 살고 싶지 않다.

 

<먼 산> 김규항 ⓒ http://gyuhang.net/1826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 (비어있는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에게는 자라는 공간 (비어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비어있는 공간이 가지는 힘을 경험해보면, 비어있음이야말로 영혼을 위한 공간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됩니다.

 

<종묘 정전> ⓒ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