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비의 시대입니다. 건축은 어떨까요. 시각적인 것에 종속되기 쉬운 건축의 특성상, 우리는 건축을 이미지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마이다스캐드가 들려주는 M칼럼!!
조윤희 건축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필진. 건축사 조윤희
2021년도 젊은 건축가상 수상
서울시 공공 건축가
구보 건축사 사무소 대표
한국 건축사 / 미국 건축사
목차
01. 소비의 시대
02. 소비의 대상
03. 건축의 소비
04. SNS에서 보여지는 것과 다른 건축
05. 인스타 감성
06. 능동적 취향의 시대
01. 소비의 시대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입니다. 소비는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정의는 지나치게 소박한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요가 생산을 이끌었던 과거와는 달리 수요를 창출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만든 물건을 사고 싶도록 만드는 것에 더욱 골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소비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대중매체나 대기업의 보이지 않는 가이드를 따라 소비욕구를 조정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필요해서 샀다고 생각하는 수 많은 물건들 중에서 실은 없어도 괜찮았던 물건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필요를 넘어서는 생산성을 과시하는 사회에서는 과도한 소비로 인한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라운 것은 소비의 행태 뿐이 아닙니다. 첨단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소비의 대상으로 삼지 못할 것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과거에는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예술, 생각, 사건도 소비의 대상이 됩니다.
<구글에서 체게바라 티셔츠를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체게바라는 자본주의라는 사회체제에 대항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반항적인 얼굴을 프린트한 티셔츠와 각종 기념품이 상품이 되어 유통됩니다.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반항정신’도 상품화하는 대단한 포용력입니다. 과거의 아픈 역사인 6.25전쟁, 광주시민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들은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널리 알리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공유의 방식은 얄팍합니다. 2-3시간 동안의 재미와 감동, 지적인 만족감까지 얻게해주는 대가로 즐거이 영화비를 지불합니다. 그렇게 역사적 사건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고 나면 그만입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실시간 보도하는 대중매체나 SNS를 통한 소식 공유는 마치 게임을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