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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패션이다! 건축의 생명을 불어 넣는 듀오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

Written by 마이다스캐드 | 2022년 08월 09일

마음이 맞는 친구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1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해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으로 2009년 루벧킨(Lubetkin)상을 수상한 스타 건축가 중 위 말을 실현하는 건축가 두 명이 있습니다.

 

바로 자크 헤르조그(Jacgues Herzog) 피에르 드뫼롱(Pierre de Meuron)인데요! 둘은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난 동갑내기 친구로 함께 취리히 연방 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78년 바젤에서 함께 사무소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좌측: 자크 헤르조크 / 우측: 피에르 드 뫼롱>
*출처: https://namu.wiki/

 

둘이 작업한 건축물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건축이라고 부르며 팀으로 작업해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헤르조그는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둘의 다른 재능을 활용하고 합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뼈대가 되는 구조로부터 공간이 형성되고 그 외피에 외장이 붙어 구성되면 구조와 공간이 일치하고 구조와 외피가 하나가 될 때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곤 하죠.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재료의 숨어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능력으로 건축에 옷을 입혀주는 표피 건축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만큼, 물성을 이용하여 정교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반영한 건물의 외면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이다스캐드와 함께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01. 송은 아트 스페이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젝트 송은문화재단 송은 아트 스페이스는 상업 및 명품 패션으로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한 곳인 청담동 중심부에 위치를 살려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을 표현하고자 외벽 콘크리트 표면에 목판의 문양과 결을 새겨 넣어 촉감을 더한 건축물입니다.

 

▶ 소나무를 표현한 외벽

 

<송은 아트 스페이스 외관>

 

<대로를 앞 쪽 정면 모습>

 

<'송은'에 영감을 받아 외벽에 표현한 소나무 질감>
*출처: https://songeun.or.kr/


이 프로젝트의 가장 특징적인 점을 꼽자면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에서 영감을 받아 외벽 콘크리트 표면에 목판 거푸집을 사용하여 질감을 표현하였다는 점인데요.

 

콘크리트 등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여 물성이 갖은 견고함과 동시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이나 차가운 물성이 따뜻함을 지니는 모습을 끌어내는 것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과 패션의 중심인 청담동 도산대로에 위치한 건물은 대로에 우뚝 서있는 타워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모습으로 대로 앞 쪽 정면 높이가 약 57m입니다. 대로 뒤쪽의 낮은 건물들을 향해 점차 경사져 내려가며 거대한 삼각형 콘크리트 매스를 이루고 있고, 주변 건축물들과 나란히 볼 때 날카롭고 미니멀한 일체형 구조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듯하면서도 조화롭게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송은 아트 스페이스를 한 발 물러서서 큰 그림으로 주변 경관과 함께 바라보면 건물 자체에도 도시를 느낄 수 있도록 도시의 특성을 담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 고요한 공기의 공간

 

<고요한 공기의 내부 공간>

 

<자연 채광이 건축물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콘크리트 샘플 전시>

 

<건축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장>
출처: https://songeun.or.kr/

 

 

건물 자체가 크고 웅장하진 않지만 송은 아트 스페이스만의 아우라를 뽐내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차로와 인도용 램프가 연결되며 전시공간으로 안내해 주는 느낌이 듭니다.

 

내부에서 만나는 의외의 공간들이 붐비는 도시의 모습과 이질적이게 느껴지도록 고요한 공기의 공간으로 온전히 관객들이 예술품에 빠질 수 있게 해준 모습이었는데요.

 

전시장 입구의 웰컴 룸에서는 실제 설계 전 모델링 모형과 건물 외벽에 소나무의 촉감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테스트한 콘크리트 샘플 등이 전시되어 있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으며 건축 과정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다양한 공간이 복합적으로 함께 있는 아트스페이스 이외에 강연실과 사무실, 작은 정원도 자리 잡고 있으며 차별화된 공간과 동시에 열린 공간으로써 청담동 대로에 송은 아트 스페이스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빛나고 있습니다.

 

 

 

02. 테이트 모던 미술관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영국 런던 남부 뱅크사이드에 있는 유명한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으로 예전에 화력발전소로 쓰던 것을 리모델링 하였습니다.

 

발전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외형과 함께 독특한 내부 구조로 바로 근처에 밀레니엄 브릿지, 세인트 폴 대성당 등이 위치하고 있어 런던의 관광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템즈 강 앞에 위치한 미술관>

 

<발전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외관>

<세로로 길게 배치한 창문>
*출처: https://www.archdaily.com/

 

 

영국 정부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런던 템즈 강변의 뱅크사이드라는 발전소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미술관이 있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건축가 렘 콜하스, 안도 다다오 등 유명 건축가들이 오래된 발전소를 새로운 미술관으로 바꿔줄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들을 제치고 선정된 건축가는 그 당시 아직 이름을 크게 알리기 전인 스위스 젊은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였습니다.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1981년 가동이 중지될 때까지 런던 시내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발전소였으며 전원 스위츠를 내린 후 여러 해 동안 런던 한복판에 방치된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기능을 잃은 이 건물에 새로운 활력이 돋는 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당시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모두 새것으로 짓는 모습이 당연시되던 20세기 건축의 불문율을 깨뜨리고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을 선택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새로운 미술관은 파격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건물 상부에 위치한 거대한 굴뚝과 세로로 길게 배치된 창문 등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화력발전소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여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 H자 철제빔과 천장 크레인을 살린 내부

 

<H자 철제빔과 천장 크레인을 살린 내부 터빈 홀>

 

<테이트 모던 설계도>

 

<테이트 모던의 밤 풍경>
*출처: https://www.archdaily.com/

 

 

 

내부의 터바인실은 터바인 기계만 제거한 채 곳곳에 박힌 H자 철제빔과 천장 크레인까지 살려 테이트 모던의 핵심 공간인 터빈 홀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터빈 홀은 다른 미술관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대규모 조각, 전시나 설치 예술을 진행할 수 있는 광대한 공간으로 현대미술의 여러 양상을 보여주는 ‘예술 저장소’가 되었습니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건물 한가운데 솟아있는 굴뚝은 반투명 패널을 사용하여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도록 개조하였는데요. 현재는 스위스 라이트라고 부르는 이 굴뚝은 현재 테이트모던의 상징이 되어 옥상 층에는 우윳빛 유리로 둘러싼 2개 층을 증축하여 기존과 현재의 조화와 함께 템즈 강의 밤 풍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03. 샌프란시스코 도미너스 와이너리

 

도미너스 와이너리는 광활한 아름다움과 함께 와인 애호가들에게 호평받고 와인의 명가인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도미너스 와이너리는 '돌' 이라는 재료의 성질을 다시 표현하고 재료의 물성을 잘 표현한 건축물입니다.

 

▶ ‘돌’이라는 재료의 본질을 이해

 

<도미너스 와이너리의 외관>

 

<돌을 재료로 사용한 외벽>
*출처: https://www.dezeen.com/

 

<‘기온’과 ‘습도’를 맞춰주는 기능성 역할>
*출처: https://openarchive.uosarch.ac.kr


 

 

철, 콘크리트의 기술력에 밀려 과거의 메인 구조물로서의 영광을 잃어버리고 외장재로서의 역할을 했던 '돌'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건축 외관에 설치한 모습은 당시 건축계에서는 엄청난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망태로 만든 건물 외벽에 지역의 돌을 넣어 사용하였는데 이렇게 만든 외벽은 구멍이 나있어 공기와 빛이 자연스레 통해 와인에 맛을 가장 많이 미치게 되는 '기온'과 '습도'를 맞춰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외벽에 사용한 재료인 돌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험하여 현재 건축의 외피, 외관뿐 아니라 기능성과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풀어낸 것인데요. 기존의 '돌'이라는 재료가 가진 건축 구조물로서의 역할 그리고 최근에는 외장재로서의 역할을 넘어 재료 자체의 고정관념을 무너트리며 하나의 속성으로서 재료를 이해하고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 어디에서 보는지에 따라 다른 재료의 감각

 

<낮은 산을 등진 지형에 자리잡은 모습>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돌 사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
*출처: www.hetgallery.com

 

 

두 개의 층을 가진 이 와이너리는 와인의 보존을 위해 북서쪽을 향하고, 낮은 산을 등진 지형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작열하는 태양과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포도밭 앞에 육중하고 네모난 건물이 낮게 깔린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남, 북부 밭의 포도나무 배열에 녹아들어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포도밭으로 올라가는 입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부에 들어오면 뜨거웠던 태양빛은 사라지고 돌들이 부딪혀 만든 작은 구멍 사이로 다양한 빛들이 건물 내부를 비추고 있는데, 동일한 거리이지만 밖에서 보았던 같은 재료가 이것을 어디서 보는지에 따라 다른 재료의 감각들로 느껴지게 합니다.

 

 

 

04.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고대 도자기의 갈라진 패턴을 차용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은 거대한 규모의 강철 기둥이 땅에서 가지가 뻗쳐오는 형태로 지붕까지 맞물려 있어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라는 별명을 가진 건축물입니다.

 

▶ 강철 빔을 엮어 만든 타원형 외관

<새 둥지 같은 모습의 외관> 

 

<강철 기둥을 엮어 만든 모습>

 

 

<차용한 고대 도자기의 패턴>
*출처: https://arquitecturaviva.com/

 

 

강철 빔을 엮어 만들어낸 타원형 외관이 마치 새가 나뭇가지를 포개 만든 둥지와 같다고 해서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형 경기장은 베이징뿐 아니라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계획 당시 고대 도자기의 갈라진 패턴을 차용하였는데 건물의 몸체는 거대한 규모의 강철 기둥과 버팀목으로 구성하였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가지들이 땅에서 솟아올라 건물의 상부에서 꺾어져 거대한 지붕으로 맞물려 있는 모습은 조각 같기도 한데요.

 

가장 특이한 점을 꼽자면 어느 건축물에나 있는 견고한 외벽도, 막으로 된 벽도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다란 나무처럼 늘어선 기둥이 내부와 외부가 아닌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기둥은 건축물 다운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건물이 덩어리 같은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 자연 환기가 가능한 구조의 지붕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의 설계도>

 

<경기장 내부에서 바라본 기둥>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내부>

<자연 환기가 가능한 구조의 지붕>
*출처: https://arquitecturaviva.com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7층, 너비 280m, 높이 333m로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규모에 맞게 약 10만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대기 오염과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장의 지붕은 자연 환기가 가능한 구조로 지었으며 원형 경기장은 6개로 나누어 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진이 일어나 경기장 한쪽 부분이 흔들려도 나머지 부분은 중간에 생긴 틈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시민들이 찾게 되는 공공장소로 만들고 싶었다는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바람대로 경기장 주변 지역은 경기장을 중심으로 순환하도록 구성되었고 도심 공원의 아래에는 입구와 미디어 실, 쇼핑몰이 들어선 지하 거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재료의 숨어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능력으로 건축에 옷을 입혀주는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건축물을 알아보았습니다.

 

외벽에 소나무의 촉감을 살린 송은 아트 스페이스부터 강철 빔을 엮어 만들어낸 타원형 외관이 새 둥지를 닮은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까지 공통적으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추구하는 물성을 이용해 정교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반영한 외관들이었는데요.

 

앞으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발견하는 숨어 있는 재료의 가치와 그 재료들로 구성된 색다른 건축물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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