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제1조).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건축법」은 건축물의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건축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건축안전은 건축으로 인한 위험에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을 규제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건축법」 관점에서 ‘건축’이란 대지에 위험한 물체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행위인데, 이 건축 행위에는 신축(new construction), 증축(extension), 개축(renovation), 재축(reconstruction), 이전(relocation) 5가지가 있습니다.
건축자유의 법 위계적 관계 Ⓒ이재인
건축물의 건축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으로서, 토지소유권을 통한 건축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부합하여야 하므로, 「건축법」에서 건축자유의 내용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건축은 공공복리를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며, 위험한 물체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행위는 건축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건축허가란 개념적으로 일반적 금지에 대한 상대적인 허락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건축을 일반적으로 금지시켜 놓고, 「건축법」 상의 허가요건(구조, 설비, 피난방화 등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건축요건)에 맞추어 설계를 하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판단하고 건축금지를 해제시켜주는 것으로서 건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캔사스 시티의 Federal Reserve building 공사(왼쪽)와 대구의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오른쪽)
<출처: Wikimedia Commons>
「건축법」에서 위험한 물체로서 ‘건축물’은 개념적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반해, 위험한 행위로서 ‘건축’은 개념적으로는 정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신축, 증축, 개축, 재축(再築), 이전이라는 5가지 행위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판례에서는 지하구조물이 완성되는 시점 즉, 토지의 정착부터 건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축법」에서 토지에의 정착성에 주목하고 있는 ‘건축물’의 개념으로부터 유추해석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관점으로 보자면 ‘건축물’과 ‘건축(행위)’를 동일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건축법」에서건축 의지를 가지고 땅에 첫 삽을 뜨는 시점에 ‘착공신고’를 하도록 규정(「건축법」 제21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최소한 착공 시점부터는 건축 행위로 보고자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건축물: 지하구조물이 완성되어 정착이 완료된 시점
• 건축행위: 착공시점
이 때문에 구조물이 토지에 정착하기 이전 시점부터건축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성은 「건축법」에서 행위로서의 건축에 관한 개념적 정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이에 따른 잠재적인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착공 <출처: Wikimedia Commons>
일반적으로 ‘신축’이란 건축물이 없는 대지(기존 건축물이 해체되거나 멸실된 대지 포함)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뿐 아니라 부속건축물이 있는 대지에 주요한 용도의 건축물을 짓는 것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부속건축물인 경비실이 있는 대지에 주요 건축물인 오피스를 건축한다면 이것은 신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념적으로 ‘신축이란 대지에 새로운 용도를 담아내는 새로운 물체’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신축 Ⓒ이재인
‘증축’이란 기존 건축물이 있는 대지에서 건축물의 규모를 늘리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규모에는 건축면적, 연면적, 층수 또는 높이가 포함됩니다. 특히, 건축규모의 관점에서 높이가 포함되는 것은 건축물 내부적으로 추후 층수를 늘려 면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신축’을 설명하면서 신축이란 새로운 대지에 새로운 용도가 생겨난다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건축법」은 건축물 그 자체의 위험뿐 아니라 용도(쓰임새)가 지니는 위험성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건축 위험관리는 증축의 경우도 ‘용도’와 함께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증축을 exten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뉴욕)의 경우는 도시적 차원에서 면적이 증가하는 증축을 enlargement로 규정하고, 용도라는 차원에서 면적이 증가하는 증축을 extension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증축 Ⓒ이재인
도시적 차원에서 면적이 증가하는 enlargement와 용도라는 차원에서 면적이 증가하는 extension으로 구분하여 규정
<출처: Zoning GLOSSARY>
‘개축’이란 기존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건축주의 의지에 의해 해체하고 종전과 같은 규모의 범위에서 건축물을 다시 축조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종전과 같은 규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전보다 면적이 늘었다면 신축(전부 해체)이거나 증축(일부 해체)으로 보아야 합니다. 한편, 한옥의 경우는 구축방법의 특성을 감안하고, 한옥 활성화와 우리나라의 전통주거 양식을 계승 발전한다는 취지로 한옥에서의 서래 교체는 개축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렇듯 서까래 교체를 건축행위에 포함시키지 않아 건축허가(혹은 신고) 범위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한옥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축법」상 ‘한옥’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외형만 한옥으로 건축한 유사 한옥은 한옥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완화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고, 전통방식으로 전통재료를 사용하여 건축한 것만을 한옥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축 Ⓒ이재인
서까래 Ⓒ이재인
‘재축’이란 건축물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자연재해로 멸실된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 건축주의 의지가 아닌 재해로 인하여 건축물이 붕괴된 것으로 그 대지에 종전과 같은 면적 규모의 범위에서 건축물을 다시 축조하는 것입니다. 개축과 마찬가지로 그 면적규모가 종전과 같아야 합니다.(면적이 증가할 경우, 건물이 전부 멸실된 경우이면 신축이 되고, 일부 멸실된 경우 증축이 된다) 또한 개축과 재축을 구분하기 위하여 개축은 기존 건물에 소멸에 대해 ‘해체’라는 용어를, 재축은 기존 건물의 소멸에 대해 ‘멸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재축 Ⓒ이재인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건축법」이 건축위험 방지의 목적이라면 ‘건축위험’이라는 측면에서 ‘개축’과 ‘재축’을 구분하여 규정하는 것이 목적에 적합한가라는 것입니다. 토지의 합리적 사용을 공익으로하는 도시계획적 측면에서는 토지에 건축물이 점유하는 용도나 형태에 주목하므로 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으나, 건축안전 측면에서는 ‘개축’이나 ‘재축’은 새로운 용도가 출현하는 것도 아니고, 면적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둘을 구별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행정행위 또한 ‘건축허가’사항으로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건축법」과 유사한 틀을 가진 일본의 「건축기준법」에서는 행위로서의 건축 종류를 재축이 없이 신축, 증축, 개축, 이전 4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좌) 쓰나미 <출처: Wikimedia Commons> (우) 지진 <출처: (CC BY) UN Photo/Logan Abassi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Haiti Earthquake)@Wikimedia
Commons>
이전이란 건축물의 ‘주요구조부’를 해체하지 아니하고 같은 대지의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콘크리트 건축물을 생각하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것입니다. 또한 목조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도 기초는 있을 것인데, ‘기초는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전’ 규정을 이해하려면 ‘주요구조부’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건축법」에서 주요구조부(main structural parts)란 화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성능 즉 방화에 있어 중요한 구조 부분을 말합니다. 주요한 건축물의 부분인 벽, 기둥, 보, 바닥, 지붕틀 및 계단을 말하며, 칸막이벽, 샛기둥, 최하층의 바닥, 옥외 계단 등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초나 최하층 바닥의 경우는 구조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기초나 최하층 바닥은 흙 속에 묻혀 있거나 흙과 닿아있을 것으로 가능성이 크고, 흙은 그 속에 수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초나 최하층 바닥면은 흙 속의 수분으로 인해 방화가 가능하다고 법에서는 판단하여 ‘주요구조부’에서 제외를 하고 있습니다(「건축법」 제2조 제1항 제7호).
주요구조부 Ⓒ이재인
구조부재(「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제2조 제1호) Ⓒ이재인
「건축법」상 ‘주요구조부’와 유사한 용어로 ‘구조부재’가 있는데, 이는 건축물의 뼈대가 되는 구조재로서 별도로 용어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호 참조). 이렇듯 ‘주요구조부’ 정의에 기초와 최하층 바닥이 빠져 있어 철근콘크리트조와 같이 일체식 구조가 아닌 목조방식이나 철골조 방식의 건축물의 경우 그 상층부의 구조체를 들어서 이전이 가능한 것입니다.
<글, 이미지 출처 :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 >
본 내용은 2016년 기준으로 작성된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 법령 개정에 따라 일부 수정했음에도 일부 규정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법령 및 지침의 정확한 내용은 국가법령센터에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 또한 현황 법령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유추해석 된 부분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