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도시 속의 건축물들을 보면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가 붙어서 가로 경관을 형성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골목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틈이 벌여져 있습니다. 일조권 등의 특별한 건축제한 사유가 없음에도 건축물 사이에 벌어진 틈은 「민법」에서 이웃관계를 고려하여 건축 시 외벽을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50cm 이상 띄우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서 연유합니다.
이러한 규정은 결국 건축물 사이를 1m씩 벌어지게 하는 것으로, 마치 치아가 흉하게 벌어진 듯한 모습의 도시경관을 만들기 때문에 도시미관이란 측면에서 「민법」 제242조는 「건축법」과 상충되는 규정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규모가 있는 건축물 사이의 1m거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좁고 음침한 골목을 형성하게 되므로 생활환경의 안전(CPTED, ※건축물의 범죄예방설계 참조)이라는 관점에서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1m의 거리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아쉬운 공간입니다. 따라서 「건축법」에서는 도시미관 및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맞벽건축(Construction of Double Walls)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이 서로 붙어서 도시 가로를 형성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코크(Cork)시 중심가
<출처: (CC BY-SA) Ticketautomat (talk) @Wikimedia Commons>
「민법」 제242조에 의한 도시의 1m 빈틈 개념 Ⓒ이재인
건축물이 서로 붙어서 도시 가로를 형성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코크(Cork)시 중심가
<출처: (CC BY-SA) Ticketautomat (talk) @Wikimedia Commons>
맞벽은 「건축법」에서 크게 건축물 차원과 도시환경 차원의 2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건축물 차원에서 맞벽은 방화구조의 하나로 ‘심벽(心壁)에 흙으로 맞벽치기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피난규칙 제4조 제6호).
•도시환경 차원에서 맞벽건축이란 일정 지역에서 도시미관 등을 위하여 둘 이상의 건축물 외벽을 대지경계선으로부터 50cm 이내(0~50cm)로 건축하는 것을 말합니다(「건축법」 제59조 제1항 제1호).
(좌) 심벽구조와 맞벽치기 Ⓒ이재인
(우)맞벽건축의 개념 Ⓒ이재인
맞벽건축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도시미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법령관계에 있어 상충되는 조문들이 있습니다. 우선 ① 「민법」 제242조와 충돌하며, ② 용도지역·용도지구, 건축물의 용도 및 규모 등에 따라 건축선 및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6m 이내의 범위에서 일정거리 이상 띄워서 건축하도록 하고 있는 「건축법」 제58조(대지 안의 공지) 및, ③ 일조권 관련 규정인 「건축법」 제61조(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와 상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법」에서는 충돌하는 3가지 규정을 맞벽건축 시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건축법」 제59조제1항). 또한 맞벽건축은 건축물 상호 간의 벽을 맞대어 건축이 가능하므로, 화재 시 인접 세대에 확산의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맞벽은 ①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내화구조 및 방화구획 참조)여야 하며, ② 마감재료는 불연재료(※건축물의 마감재료 참조)를 사용해야 합니다(「건축법 시행령」 제81조 제3항).
한 필지 안에 2동의 건물(가운데 점선 기준)을 붙여 지은 듀플렉스 홈(duplex home)
<출처: Wikimedia Commons>
맞벽건축은 흔히 ‘땅콩주택’이라 불리는 듀플렉스 홈(duplex home)과 유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토지의 소유권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맞벽건축은 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가 상호협정을 하여 각각의 필지에 건축을 하게 되므로 토지의 소유권(한계)이 명확하여 토지의 매매 등이 자유롭습니다. 반면에 땅콩주택은 한 필지에 2동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이므로 토지의 소유권이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맞벽건축은 건축물 외벽을 대지경계선으로부터 50cm 이내로 건축할 수 있으므로 이웃 건축물과 벽을 맞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간혹 일상에서는 합벽(合 壁)이라고도 불립니다. 맞벽건축은 인접대지 사이의 간격을 좁히거나 없애고 남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를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텃밭이나 주차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좌)대지경계가 명확한 맞벽건축(위)과 대지경계가 모호한 땅콩주택(아래) 개념 Ⓒ이재인
(우) 맞벽건축 전(위)과 후(아래)의 토지활용 비교 Ⓒ이재인
맞벽건축은 「민법」에서 이웃관계를 고려하여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거리인 50cm 이내로 건축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조권, 조망권 등의 환경권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법」에서는 맞벽건축이 가능한 지역을 별도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맞벽건축이 가능한 지역은
① 상업지역(다중이용 건축물 및 공동주택은 스프링클러나 이와 비슷한 자동식 소화설비를 설치한 경우),
② 주거지역(건축물 및 토지의 소유자 간 맞벽건축을 합의한 경우),
③ 허가권자가 도시미관 또는 한옥 보전·진흥을 위하여 건축조례로 정하는 구역,
④ 건축협정구역 입니다(「건축법 시행령」 제81조제1항).
건축협정구역을 제외한 ①, ②, ③의 지역에서 맞벽건축을 할 경우 맞벽 대상 건축물의 용도, 맞벽건축물의 수 및 층수 등 맞벽에 필요한 사항은 건축조례로 정합니다(「건축법 시행령」 제81조 제4항). 건축협정은 2개 이상의 대지에 대하여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간에 체결할 수 있으며, 건축협정이 체결되면 대지들은 합필(※대지 분할 및 합병 참조)하지 않고도 하나의 대지로 간주하여 「건축법」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건축법」은 필지 단위로 적용되지만 건축협정이 체결되면 토지의 소유권은 필지 단위로 각각 인정되면서도 「건축법」 적용을 할 때는 마치 하나의 대지처럼 인정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건축협정이 체결된 대지의 개념: 체결 전(왼쪽)과 체결 후(오른쪽) Ⓒ이재인
맹지의 건축협정 전(왼쪽)과 후(오른쪽) 사례 Ⓒ이재인
예를 들어, 도로에 접하지 않은 땅인 맹지(盲 地) B는 「건축법」상 대지로 인정을 받지 못해 건축물을 건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 A, B 간에 건축협정을 하면, 대지 A, B 사이의 경계선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건축법」 적용 시에 하나의 대지처럼 인정을 받아 대지 B에도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게 됩니다.
<글, 이미지 출처 :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 >
본 내용은 2016년 기준으로 작성된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 법령 개정에 따라 일부 수정했음에도 일부 규정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법령 및 지침의 정확한 내용은 국가법령센터에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 또한 현황 법령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유추해석 된 부분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