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십 년 전만 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한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개발을 통해 한옥의 90%가 헐렸고, 주거의 60%기 아파트가 되어버린 지금 '한옥'은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광의 대상이 될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옥'은 우리의 전통 주거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환경친화적이라는 점 등 때문에 최근 한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가회동과 성북동 일대 한옥밀집 지역 '북촌마을'을 1983년 한옥마을로 지정했고, 2008년 '서울 한옥선언'을 했으며, 경복궁 서쪽의 '서촌마을'을 한옥수선 지역으로 신축 및 개축시 자금을 지원하는 등 활성화 정책으로 그 관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01. 한옥과 문화재로 (가)지정된 전통건축물
북촌 한옥마을 <출처: (CC BY-SA) Penmerahpenbiru (Bukchon Hanok Village)@Wikimedia Commons>
반적으로 '한옥'은 서양식 건축물인 '양옥'에 반하여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신한옥', '개량한옥','현대한옥','전통도시한옥' 등으로 불리는데 '한옥'이라는 용어로 한국 고유의 전통가옥을 총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축법」에서 '한옥'은 그 쓰임이 사찰이든지 살림집이든지 용도에 국한하지 않고 전통구법과 자연재료를 사용하여 건축한 모든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을 아우릅니다.
"한옥"이란 기둥 및 보가 목구조방식이고 한식지붕틀로 된 구조로서 한식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재료로 마감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을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전통 건축물이라 하면 문화재(지정 문화재나 가지정(假指定) 문화재)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재의 경우는 사적 가치가 높아 원형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별도로 「문화재 보호법」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숭례문(국보 제1호)이나 부석사의 무량수전(국보 제18호) 등과 같은 문화재 건축물인 경우는 「건축법」상 건축물이지만 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건축법」제3조 제1항 제1호).
02. 한옥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규정
국보 제1호 숭례문(광장 조성 전의 모습)은「건축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출처: (CC BY-SA) levork@Wikimedia Commons>
「건축법」의 목적은 건축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건축안전이란 관점에서 ‘한옥’은 토지에 정착성과 지붕이 있는 「건축법」 상의 ‘건축물’ 범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건축법에서 바라보는 건축물이란?' 참고). 다만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물’은 철근콘크리트 일체식 구조의 다층 건축물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옥’의 형태나 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이런 법의 규정이 ‘한옥 건축물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2010년 「건축법」에서는 ‘한옥’의 정의를 별도로 규정하고(대통령령 제22052호, 2010.2.18., 일부 개정),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규정들을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규정의 방향은 한옥 건축을 하는 경우 한옥 건축의 입지 및 건축 특성을 감안하여 일반 건축물에 비해 편의를 제공해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건축면적 산정의 인센티브: 한옥 처마 길이 (2009.06.30.)
1. 한옥의 건축면적 산정(처마길이 예외) Ⓒ이재인
2. ‘한옥’의 처마의 각도 Ⓒ이재인
건축면적 산정에서 한옥 처마길이의 인센티브 규정은 여타 한옥 인센티브 규정 중 가장 먼저 규정되었습니다. 건축면적은 건폐율 산정을 위해 건축물 외벽(외벽이 없는 경우에는 외곽 부분의 기둥을 말한다)의 중심선으로 둘러싸인 부분의 수평투영면적(「건축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 제2호)으로 합니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는 지붕 끝선에서 1m까지 건축면적에 산입을 하지 않지만, 한옥의 경우는 2m까지는 건축면적에 산입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한옥 건축에 있어 처마길이가 주는 기능적이고 심미적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처마길이는 여름과 겨울의 일광과 관계가 있습니다. 처마의 각도는 여름철의 남중고도가 하지 때 77도에 이르고 겨울철의 남중고도가 동지 때에 28도까지 변하는데, 일반적으로 30도 정도입니다. 때문에 한옥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처마의 길이를 달리하여야 ‘한옥’의 심미적 특성을 살릴 수가 있어서 「건축법」에서는 ‘한옥’ 인센티브 규정 중 가장 먼저 처마길이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한옥 등 밀집지역에서의 ‘한옥’ 신축의 경우 대지와 도로와의 관계 완화 (2009.7.16.)
세빛섬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중 두산백과>
「건축법」은 건축물을 건축하는 일반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술의 발달이나 건축의 특성상 「건축법」을 적용할 수 없거나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축법」에서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성을 전제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땅이 아닌 바다나 강 등에도 건축물이 지어집니다. 이러한 특수성에 대비해서「건축법」에서는 ‘적용의 완화’(법 제5조)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한옥’의 경우도 이러한 법 적용의 완화를 받고 있습니다. 한옥 활성화가 개별 건축물보다는 한옥 밀집 지역을 관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는 변천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 적용의 완화는 전통 한옥 밀집 지역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됩니다.
전통사찰, 전통한옥 등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하여 시·도의 건축조례로 정하는 지역의 건축물인 경우 : 법 제2조 제1항제11호, 제44조, 제46조 및 제60조 제3항에 따른 기준.
<「건축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제4호>
※ 제60조 제3항 : 건축물 각 부분의 높이는 그 부분으로부터 전면(前面)도로의 반대쪽 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 의 1.5배를 넘을 수 없다.
- 북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 <출처: (CC BY-SA) Sakaori@Wikimedia Commons>
전통사찰의 경우는 도로가 비좁거나 없는 경우도 있고, 전통 한옥밀집 지역의 좁은 ‘골목길’은 한옥과 함께 고유의 정취를 형성합니다. 한옥과 어우러진 골목길의 폭은 보통 2m 안팎으로 되어 있어 사람이 둘이 함께 지나가기도 힘든 통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법」에서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한 ‘대지’는 2m 이상이 ‘도로’에 접하여야 하는 접도요건이 규정되어 있습니다(「건축법」 제44조 제1항). 여기서 ‘도로’란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이어야 합니다(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만약 도로 폭이 2m인 대지에 건축물을 건축하려 한다면 자신의 대지에서 미달한 도로 폭(2m)의 1/2을 도로로 내주고(나머지 1/2은 맞은편 대지에서 냄) 실질적인 도로 폭 4m가 되도록 한 후 건축을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법 제46조 제1항).
이 규정을 ‘한옥’ 건축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한옥 지역에서 느끼는 골목길의 정취는 포기해야 합니다. 때문에 한옥밀집 지역 등에서 기존 한옥을 신축하는 경우에 한하여 도로 폭이 규정에 미달하여도 건축할 수 있도록 특별히 완화해 주고 있습니다.
-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 대지의 접도요건 Ⓒ이재인
또한 완화하여 적용해 주는 법 제60조 제3항은 통상 말하는 ‘도로사선제한’이라는 규정입니다. 도로에 면한 건축선에서 건축물이 물러난 거리에 비례하여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인데, 이 규정 때문에 도시건축물들이 마치 웨딩케이크처럼 꺾여서 건축되는 등 도시건축의 미관상 좋지 않다는 등의 문제로 2015년 5월 18일 자로 「건축법」에서 규정이 삭제되었습니다.
1. 규정 삭제된 ‘도로사선제한’ 개념 Ⓒ이재인
2.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도로사선제한 때문에 웨딩케이크처럼 생긴 건축물 <출처: (CC BY-SA) Beyond My Ken@Wikimedia Commons>
개축: 지붕틀 제외 (2010.2.18.) (※건축 중 개축(renovation) 참조)
한옥을 해체 또는 수리(개축)하는 경우에 서까래를 교체하는 것은 건축행위의 범위에서 제외하여 행정을 간소화하는 인센티브입니다.
대수선: 지붕틀 제외 (2010.2.18.)
건축물의 지붕틀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하는 것과 같이 크게 수선(대수선)하는 경우는 건축허가를 받아야 합니다(「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2 제4호 및 「건축법」 제11호 제1항). 그러나 ‘한옥’의 경우 지붕틀을 구성하는 것은 서까래로, 한옥에서 서까래를 교체하는 것은 허가와 같은 행정행위 없이 수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입니다.
기존 한옥의 개축 시 특례 (2010.2.18.)
법령의 제정·개정 등의 사유로 대지나 건축물이 「건축법」에 맞지 않게 된 경우는 원칙적으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 한옥을 개축하는 경우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건축법」 제6조 및 동법 시행령 제6조의2 제1항 제6호).
예를 들어 「건축법」에는 건축물이 있는 대지 면적의 최소한을 규정하고 있고(「건축법」 제57조), 주거지역 대지의 경우는 60㎡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도시에 있는 전통한옥의 경우 대지면적이 이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일반 건축물이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지만 기존 한옥을 고쳐(개축) 사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건축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지 면적의 최소 규정에 맞지 않지만 한옥을 개축하는 경우라면 특별히 인정하여 주겠다는 것입니다.
1. 일반 건축물의 지붕틀 <출처: (CC BY-SA) Bill Bradley.AKA builderbill billbeee@Wikimedia Commons>
2. 한옥의 지붕틀 Ⓒ이재인
한옥 보전〮진흥을 위한 맞벽 건축 (2012.12.12.)
「민법」에서 허용한 토지소유권의 범위를 활용하여 건축을 한다면(※건축법의 개념과 범위 및 이웃관계 규정으로 접점이 있는 건축법과 민법 중 「민법」에 의한 이웃관계 규정 참조), 개념적으로 건축물들 상호 간에는 1m라는 간격이 생겨 마치 이가 듬성듬성 벌어진 것과 같은 모습을 띄게 됩니다.
때문에 법에서는 도시 미관 향상을 목적으로 일정 지역을 정해두고, 둘 이상의 건축물 벽을 맞벽(대지 경계선으로부터 50cm 이내인 경우)으로 하여 건축하는 것을 허용하고, 대지 안의 공지, 일조권 제한 및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50cm 이상 떼어 건축해야 하는 규정(「민법」제242조)을 적용받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건축법」제59조). 이 때 ‘한옥’의 맞벽 건축허용은 허가권자(시장, 군수, 구청장)가 한옥 보전·진흥을 위하여 건축 조례로 정하는 구역에서만 해당된다(「건축법 시행령」제 81조 제1항 제3호).
건축선 및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거리 기준 조정 (2013.5.31.)
‘한옥’에 있어 대지 안의 공지 기준 Ⓒ이재인
전용주거지역에서 ‘한옥’의 대지 안의 공지 기준 Ⓒ이재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건축법」에서는 건축물을 건축할 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용도지역·용도지구, 건축물의 용도 및 규모 등에 따라 건축선 및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6m 이내의 범위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건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건축법」 제58조), 이를 ‘대지 안의 공지’라 합니다.
‘한옥’의 경우에는 처마선 2m 이하, 외벽선 1m 이상 2m 이하를 띄어서 건축하도록 하여 일반 건축물에 비해 이격거리를 조정하였습니다. ‘한옥’을 전용주거지역에 건축할 경우 인접대지 경계선에서의 이격거리 기준은 동일하고 건축선에서의 이격거리 기준은 없습니다(「건축법 시행령」 [별표2]).
주차장의 완화 (2007.12.20.)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주차장법」에서 규정한 설치 대수를 준수해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한옥 밀집 지역의 경우에는 도로의 여건상 대지 내에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전통한옥 등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하여 시·도의 건축조례로 정하는 지역에서 한옥을 신축할 경우는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주차장법 시행령」[별표1] 부설주차장의 설치대상 시설물 종류 및 설치기준).
한옥 활성화를 위해 관광사업의 종류로서 ‘한옥체험업’을 「관광진흥법」에 규정 (2009.10.7.)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규정을 「건축법」, 「주차장법」, 「관광진흥법」에서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법」이 건축 안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한옥 활성화’를 목적으로 「건축법」에서 ‘한옥’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규정들 대부분이 개별 ‘한옥’을 대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집단 한옥밀집 지역’에서의 규정을 다루고 있어서 도시계획적 성격의 규정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한옥 활성화’의 목적인 경우라 할지라도 소규모 주거용 한옥의 경우가 아닌 일정 규모가 있는 한옥의 경우는 「건축법」 전반에 걸쳐 취약한 목조건축에 관련한 안전규정을 대폭 보완해야 장기적으로 한옥의 보존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글, 이미지 출처 :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 >
본 내용은 2016년 기준으로 작성된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 법령 개정에 따라 일부 수정했음에도 일부 규정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법령 및 지침의 정확한 내용은 국가법령센터에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 또한 현황 법령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유추해석 된 부분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