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한 TV방송에서 한 패널이 중국인 패널에게 “중국인들은 아무리 큰 부자라도 허름하게 입고 다니던데, 왜 그런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중국인 패널은 “한국은 의·식·주라고 말하지요? 중국에서는 식·주·의입니다. 표현을 그대로 놓고 보자면, 한국 사람들은 삶에서 의생활이 중요하고, 그 다음이 식생활, 주거 순이라면, 중국인들은 먹는 것 다음으로 주거가 중요하고 마지막으로 의생활 순입니다.
우리나라 건축 투자 규모 <출처: 통계청 건설투자동향>
이 때문인지 몰라도 중국 사람들은 집에 아주 많은 돈을 투자하지요. 중국의 건축시장의 규모는 막대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건축에 투자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경제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건축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통계 에 의하면 평균 약 187.5조 원이며, 이를 국내총 생산(GDP)과 비교하면 5.5%를 차지합니다. 전체 대비 비율로 보면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금액 자체로 보자면 아프카니스탄 8년 간의 국내총생산을 합한 액수보다도 크며, 이러한 거액에 관여 하고 있는 것이 건축법입니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관계된 건축법들 Ⓒ이재인
건축법의 목적은 건축을 위한 다양하고도 최소한의 기술적인 기준을 규정하여, 보다 나은 공간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건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여기서 다양한 규정들을 어떻게 범주화시키느냐가 건축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주택을 건축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그 주택이 단독주택일 경우와 아파트 단지를 건축 하는 경우는 관계하는 법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단독 주택인 경우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 정도가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면, 아파트 단지인 경우는 앞의 두 가지 법에 더하여 「주택법」이 추가로 개입합니다. 이 때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이 신축이 아니라 재건축이라면 관계하는 법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건축적 상황에 법률이 개입하게 되므로 어디까지를 건축법의 범위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건축법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그 이해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대략 넓은 범위에서 좁은 범위까지 3단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법의 개념과 범위 Ⓒ이재인
제1 개념
건축법을 이해하는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국토의 물리적 공간구조 형성에 개입하는 모든 법률(사법+공법)’입니다. 다시 말해 건축법을 단독주택, 아파트 단지, 상가 건물들을 건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집지을 대지를 만드는 택지조성 및 도로·철도·공원·광장 등과 같은 도시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을 이루는 법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의를 하면 건축에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법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법도 건축법의 영역에 포함되고, 「민법」도 건축법의 범위 에 포함됩니다.
비도시지역의 택지조성 Ⓒ이재인 도시지역<출처: (CC BY) Nagyman@Flickr>
예를 들어 단독주택을 신축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주택의 뼈대를 만드는 일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들이 온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주택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주차장법」)도 필요하고, 전기가 공급(「전기공사 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되어야 하며, 수돗물이나 정화조(「하수도법」)도 필요합니다. 또 건축하는 과정에서 이웃집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민법」). 이렇듯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허가요건을 규정하는 건축법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법률들이 필수불가결하게 직접적으로 건축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제2 개념
건축법을 ‘도시의 물리적 공간형성에 개입하는 모든 공법규정’으로 정의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정의에 있어 왜 도시지역인가를 살펴보면, 건축물의 건축에 있어 건축법은 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 환경보전지역과 같은 비도시지역보다는 인구와 건축물들이 밀집해 있거나 밀집이 예상되는 도시지역(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을 주된 관심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건축물의 건축은 일반적으로 토지에 기반하여 그 행위가 이루어지므로 제2개념에서 건축법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건축 법」과 도시계획법(예,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입니다.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의 공통점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건축행위를 위한 허가요건 및 허가절차에 관한 규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차이점은 규정의 목적입니다. 물론 건축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익의 추구이지만, 그 공익을 추구함에 있어 건축법은 건축행위로부터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며, 도시계획법은 토지의 효율적이며 합리적 사용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즉,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은 동일한 수단을 통해 다른 목적을 달성시키고자 하는 동상이몽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두 법은 서로 각각의 법률 속에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도시계획법은 다시 2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국토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법률들과 재개발 혹은 재건축과 같은 주택사업에 개입하는 법률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양자를 구분하는 특성은 행정권자가 개별 건축단계에서 취하는 입장으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의 공통점과 차이점
예를 들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행정권자는 도시에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나면 그 밑그림에 의해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가 법에서 규정한 대로 통제가 되는 방식입니다. 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은 경우는 행정권자가 도시계획에서 규정한 용도지역을 변경하기도 하고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등 법률규정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제3 개념
가장 좁은 범위로 건축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건축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는 개념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대표적으로 「건축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건축안전을 위한 건축법상 위험방지의 요건
제3개념으로서의 건축법은 일반적인 모든 건축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건축물이 땅에 기반하고 있다는 전제적 조건이 있는 한, 건축물에 관심이 집중된 제3개념으로만 건축법 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축허용성(건축물+토지이용)이라는 관점으로 건축법은 이해하고 다루어져야 하는데, 그 최소한의 범위가 제2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을 이해할 때, 제3개념은 일반적인 모든 건축 상황을 다루는데도 왜 제3개념으로 이해하면 부족하다는 것일까요? 이것은 우리나라 건축법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건축법」에서 ‘건축물’을 정의하는 근본적 개념요소는 토지에의 정착성입니다(「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 그러나 「건축법」에서는 건축물 자체에 국한하여 규정을 하고 있으며, 토지와 관련된 전반적인 규정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별도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률」에서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관리하기 위하여 ‘개발행위’를 규정하면서,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를 규제의 범위로 포함하고 있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이것으로 「건축 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만나는 제1접점이 생겨납니다.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의 접점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이 모든 국가에서 이원화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프랑스나 독일의 건축법은 대지(혹은 토지)와 건축물을 동일한 법률(통합건축법) 내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축물과 대지에 대한 나라별 법률 구분 Ⓒ이재인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건축물과 대지를 각각의 법률로 규정하여 관리하는 경우, 시가지 건축물 전체를 조화롭게 관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건축법에서는 다양한 도시의 관리수법이 등 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물과 대지를 동일한 법률에서 관리하는 프랑스의 경우 파리의 시내는 높이, 건물 간의 간 격, 도로에서의 이격거리, 색채 등을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관리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건축물과 대지를 각각의 법률로 규정하여 관리하는 경우, 시가지 건축물 전체를 조화롭게 관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건축법에서는 특별가로구역, 건축심의 제도 등 다양한 도시의 관리수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넓은 범위인 제1개념으로 건축법을 이해한다면 건축법의 범위에 「민법」이 포 함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건축규제의 근간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건축규제의 근간
우리나라의 모든 법률은 헌법에 근거하여 제정됩니다. 건축법도 헌법에 근간이 되는 규정이 있다는 의미로, 헌법 제23조의 1항인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와 2항인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를 따라야 합니다. 즉,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제1 재산권인 ‘토지(소유권)’를 건축적으로 사용하는 자유(헌법에서 규정)는 공익에 부합하도록 규제할 수 있으며, 그 내용과 한계를 정하여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법률이 「민법」과 건축법인 것 입니다.
「민법」에 의한 이웃관계 규정
토지에 기반 한 건축행위를 다루는 건축법이 「민법」과 만나는 제1 지점은 토지소 유권 부분입니다. 「민법」 제212조에는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고 토지소유권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평면적으로는 내 땅의 경계 부위 끝까지 건축을 할 수 있고, 수직적으로는 기술이 허락하는 한 지구의 핵에서 대기권까지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관계를 고려하여 인접대지 경계선에서는 50cm는 이격(離隔)하여 건축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242조)
민법상의 토지 소유권의 범위 Ⓒ이재인
민법상의 건축가능 범위 Ⓒ이재인
민법의 이격조건 때문에 도시경관은 마치 이가 빠진 것처럼 건축물과 건축물 외벽 사이에 최소 1m의 간격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건축물 간 사이 공간은 최근 건축가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도심지 건축물 사이에 마치 못을 박듯 건축을 끼워 넣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로서는 설치 예술과 같은 정도의 시도이지만, 못 박을 틈도 없다는 도심지의 건축 환경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시도라 하겠습니다.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 폭 92cm~152cm안에 건축된 Keret House
(왼쪽: 전체 전경, 가운데: 건물 정면, 오른쪽: 건물 배면의 움직이는 계단)
<출처: (CC BY-SA) Panek@Wikimedia Commons (왼쪽, 가운데), (CC BY-SA) www.shabbat-goy.com@Wikimedia Commons (오른쪽)>
「민법」은 이외에도 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이웃과의 다양한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경계로 부터 2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차면시설을 하여야 합니다.(「민법」 제243조)’는 조항 때문에 도시공간에 건축되는 웬만한 건축물의 창문에는 모두 이 차면시설들이 있습니다. 「민법」에서 건축과 관련된 규정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과 관련된 민법규정(제3장 소유권 제1절 소유권의 한계)
차면시설 Ⓒ이재인 차면시설과 대지경계선의 관계 Ⓒ이재인
<글, 이미지 출처 :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 >
본 내용은 2016년 기준으로 작성된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 법령 개정에 따라 일부 수정했음에도 일부 규정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법령 및 지침의 정확한 내용은 국가법령센터에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 또한 현황 법령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유추해석 된 부분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