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는 6월, 성수기를 피해 이른 휴가를 떠나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6월은 여름 특유의 맑은 하늘과 청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아직 크게 덥지 않아 여행가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번 주말 낮에는 따듯한 햇볕과 함께, 밤에는 선선한 공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 담긴 국내 건축물을 보러 다녀오면 어떨까요? 오늘은 마이다스캐드가 주말에 가보기 좋은 국내 건축물 4곳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한옥과 현대 콘크리트 물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리조트로 거대한 말발굽처럼 크게 휘어돌아가는 두 건물이 짝을 이루고, 건물 외벽에는 파스텔톤 컬러판이 가득 붙어 있는 외관으로 건물 앞에는 동그란 한옥 회랑이 위치한 것이 특징인 건축물입니다.
<말밥굽처럼 생긴 건물과 한옥 회랑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
<원형 회랑에서 바라본 안 쪽 모습>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
*출처: https://www.lottehotelmagazine.com
그 동안 콘도 건물은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대중 휴양 레저시설인데도 건축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건축물은 없었죠. 건물 디자인 역시 서양식 표면 장식들을 관습적으로 반복하는 비슷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롯데리조트 부여 백상원 같은 경우 전통과 현대, 즉 한옥과 현대 콘크리트 물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점이 돋보입니다. 고대국가 백제의 기록과 유물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도시와 건축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던 이 폐허를 상상을 통해서 역사를 온전히 재구성 해야 했기에 다른 점이 더 보이는 리조트.
흔히 보아왔던 리조트 건물과도 달랐지만 늘 금빛으로 꾸미기 일쑤이던 롯데그룹 건물 특유의 통속적인 상업 건물과도 다른 모습이죠. 거대한 말발굽처럼 크게 휘어돌아가는 두 건물이 짝을 이루고, 건물 외벽에는 파스텔톤 컬러판이 가득 붙어 있는 외관으로 건물 앞에는 동그란 한옥 회랑이, 건물 중간에는 난데없이 한옥이 한 채 놓여져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건물 모양도, 장식도, 공간 처리도 어딘가 다르면서도 콘도 건축 특유의 재미가 잘 살아나는 이 건축물은 한국 건축계의 차세대 간판 주자로 꼽히는 김승회씨와 서울대 건축과 교수, 강원필 건축가의 공동 작품입니다.
<롯데리조트 부여 백상원의 아경 모습>
<컬러판 장식들 사이 붙어있는 한옥>
*출처: https://www.lottehotelmagazine.com
<거실까지 깊어진 평면>
<객실 내 중정 공간이 위치하고 있는 모습>
*출처: https://www.lotteresort.com
콘크리트 지붕에 기와를 얹는 고전적이고 1차원적인 퓨전 디자인 대신 한옥과 현대 건물 두 양식이 서로 마주 보며 결합되는 방식을 택한 건축가는 멀리서 보면 건물 표면을 덮은 온갖 컬러판 장식들이 먼저 눈에 띄지만 건물에 다가서면 건물 앞에 따로 지은 원형 한옥 회랑 건물이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이미지가 강렬한 현대식 리조트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한옥 원형 회랑’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합쳐져서 새로운 느낌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이 동그란 회랑은 단순히 장식물이 아니라 건물 로비 앞에서 방문 차량들이 돌아나가는 동선이면서, 회랑 가운데 공간은 정원이자 이벤트장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요. 이 원형 회랑을 거닐면 방문객들은 모든 각도에서 백상원과 그 주변을 조망할 수 있고 여기서 묵는 투숙객들은 차분히 회랑을 걸으며 백제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객실동은 건축 비용상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연채광과 환기를 위해 중복도 대신 편복도 방식을 선택했으며, 일반 콘도와는 달리 입구에서 거실까지 깊어진 새로운 평면을 선보였습니다.
흰색에 가까운 연회색 빛 벽면으로 둘러싸인 외관에는 흔한 간판이나 전시 현수막도 걸려 있지 않으며 벽면의 단조로움은 곡선이 생동감을 선사하며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전시관. 내부의 빛은 모두 자연광으로 자연스레 빛을 받아들이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기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 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외관>
<벽면의 단조로움이 보이는 건물>
*출처: https://www.archdaily.com/
<1층에 위치한 카페>
*출처: https://grand.ggtour.or.kr/
<작품마다 넓찍하게 간격을 둔 모습>
*출처: https://designforbyofkorea.com/
다양한 규모의 전시 공간이 한 덩어리에 담긴 공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2002•2012)에 빛나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해 건축물 그 자체로도 예술 작품이라 평가받는 곳입니다.
흰색에 가까운 연회색 빛 벽면으로 둘러싸인 건물에는 그 흔한 간판이나 전시 현수막도 걸려 있지 않으며 벽면의 단조로움은 곡선이 생동감을 선사하며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시공간으로 가기 전, 1층 로비는 널찍한 카페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빛으로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라 자연광으로만 명암이 드러나는데 때문에 어둡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덕분에 계절과 시간에 따라 매번 다른 작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전시 작품도 널찍하게 간격을 두고 걸어 여백이 많은 편이라 작품 하나에 오랜 시간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흰 벽면에 비치는 빛의 물결>
<외부와 마찬가지로 곡선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내부>
<커다란 원이 보이는 천장>
*출처: https://www.archdaily.com/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이 뮤지엄이 위치한 파주 출판단지 내에서도 곡선이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기도 합니다. 지하 1층과 2층은 사무공간인데 신사옥이 완공되면 이전할 계획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 이 건축물은 오롯이 뮤지엄이 될 예정입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부 역시 흰 벽면의 단조로움에 곡선 구조가 리듬감을 불어넣는 느낌인데요. 3층 계단에서는 머리 위 천장에 커다란 원이 보이는데 자연스레 빛을 받아들이는 것이 알바로 시자의 건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3층은 가장 너른 전시실로 안쪽으로 들어온 면을 곡선을 기준으로 좌우 공간으로 나뉘는 모습인데요. 알바로 시자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직선을 품은 곡선과 그 선들이 연출하는 빛들이 마치 흰 도화지 위에 수묵처럼 그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구석기 역사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장소가 된 경기도 연천구 전곡리에 지어진 선사 박물관으로 큰 규모에 우주선과 같은 형태는 반사 소재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되어 있는 외관이 특징인 건축물입니다.
<위에서 바라본 전곡전사박물관>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외관>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건물>
<아래에서 바라본 전곡선사박물관>
*출처: www.bubblemania.fr/
박물관이 세워진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이곳은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구석기 역사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고, 그것을 기리고 뒷받침하기 위해 선사 박물관이라는 건축물을 짓게 되었는데요. 큰 규모의 국제 현상을 통해 설계자를 선정하였으며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건축가는 프랑스 업체인 X-TU architects였습니다.
계획안부터 마치 계곡과 같이 두 구릉이 마주하고 있는 형상을 띄고 있었으며 두 구릉 사이를 다리처럼 연결하는 방식으로 건축물을 땅에 앉혀 두었고 이 모습은 선사시대로 항해하는 배, 혹은 선사시대로 향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두어 유선형의 둥근 모양으로 설계하였는데 마치 우주선이나 항해하고 있는 배와 같다는 느낌을 떠올리게 됩니다.
전곡선사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외관이죠. 큰 규모에 우주선과 같은 형태는 반사 소재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돼 독특함을 더해주고 있는데요. 걸어가는 숲길 사이로 보이는 외관이 마치 SF 영화속에서만 보던 우주선처럼 보여집니다. 자연스러운 유선형의 매스는 지붕, 벽, 바닥의 구분 없이 한 덩어리로 보이게끔 마감하여 처리하였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창을 최소화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한 모습입니다.
<상부와 같은 소재의 출입구>
<내부 역시 둥근 유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에 달려 있는 요소들>
<실내 조명에 의해 투광 조명으로 변하는 외관>
*출처: www.bubblemania.fr/
두 개의 구릉 사이 아래에 전시관의 입구와 출구가 자리잡고 있으며 출입구 부분의 형태와 마감재 역시나 상부에 떠 있는 형태와 같이 둥근 유선형과 스테인리스 마감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 보면 이 공간 역시 외부의 개념을 따라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내부의 기둥, 벽체와 천장, 바닥이 만나는 부위는 둥글게 처리되어 있고 천장에 달린 종유석 혹은 석주와 같은 요소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러한 요소 덕에 선사 박물관이라는 주제를 더욱 와닿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밤에는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곡선사박물관. 건물 표피에 뚫려 있던 구멍은 밤이 되면 실내 조명에 의해 투광 조명으로 변하게 되어 주변을 아름답게 비춰줍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숭례문과 한양도성 등 조선의 어느 건축에 앞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축물로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지만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 입니다.
<서울 전경과 종묘의 모습>
*출처: https://www.lottehotelmagazine.com
<영녕전 외관 모습>
<묘정 월대의 모습>
*출처: https://jm.cha.go.kr/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종묘. 조선을 건국하고 지금의 서울 땅에 수도를 천도하며 가장 먼저 지은 건축물기도 한데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지만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종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숭례문과 한양도성 등 조선의 어느 건축에 앞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축물로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후 등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국가 최고의 사당으로써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공간 중 하나입니다.
크게 제를 올리는 공간과 제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나뉘는 종묘는 그 중심 건물로 정전과 영녕젼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정전 일곽은 네모나게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묘정을 중심으로 담 중앙에는 신문이, 동서쪽으로 제례 때 제관이 출입하는 동문과 악공과 종사원이 출입하는 서문이 각각 나있습니다. 이 신문으로 들어서면 지면에서 단을 높여 다른 공간과 성격을 달리하는 공간 묘정 월대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계단 난간에 그려진 구름무늬>
<중앙에 놓여져 있는 신로>
<악공이 출입하는 정전의 서문>
*출처: https://jm.cha.go.kr/
종묘에는 신이 그린 듯한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신로와 어로 등 종묘에 나있는 길과 마당인 월대에 다듬지 않은 거친 박석을 놓음으로써 제례를 올릴 제관이 체통을 잃지 않도록 하였고 또한 상월대로 오르는 계단 난간에는 구름무늬를 새겨 두어 이곳이 곧 '천상과 이어지는 공간'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종묘의 미학적 건축학적 가치를 알아본 열도의 어느 건축가는 ‘서양에 그리스 파르테논이 있다면 동양에는 조선의 종묘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는데요. 우리의 전통적 공간 개념인 비움의 미학을 느끼며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공간인 월대가 비어 있기에 종묘에서 감동을 느끼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종묘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정전에는 조선 왕실의 신령이 드나들 수 있도록 정전을 둘러싼 담의 정중앙에는 작은 문이 나있으며 동문으로는 왕이, 서문으로는 악공 등이 출입하기 때문에 담의 동문, 서문은 크기를 다르게 해두었습니다. 중앙에 검은 벽돌을 매끄럽게 깔아놓은 길 즉 신로는 혼령을 위한 것이니 밟지 말아야 하고, 왕은 오른쪽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걸었는데 이렇게 신로를 제외한 길을 거칠게 설계한 이유는 왕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종묘에서 경박하게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경건하게 걸으라는 의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주말에 가보기 좋은 국내 건축물 4곳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한옥과 현대 콘크리트 물의 조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리조트 '롯데리조트 부여 백상원'부터 조선을 건국하고 가장 먼저 지은 건축물 '서울의 종묘'까지 모두 날 좋은 6월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장소였는데요. 아직은 크게 덥지 않은 6월, 화창한 하늘과 함께 오늘 마이다스캐드가 소개해드린 건축물에 방문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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