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CAD) 스토리를 담다 - midasCAD blog

(올해의 프리츠커상) 가치있는 건축을 위해 묵묵히 걸어나가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Written by 마이다스캐드 | 2023년 08월 09일

올해 프리츠커상은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수상하였습니다. 프리츠커상은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며,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데요. 오늘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축물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1953.12.18 ~)

 

 

01. 한국 -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의 랜드마크로 우뚝 선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국에서 최초로 설계한 건물입니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건물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고, 자세히 보면 완전한 정육면체가 아닌 층이 올라갈수록 바깥으로 조금씩 넓어지는 디자인을 볼 수 있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3개의 층에 루프가든이 위치해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달항아리에서 얻은 영감

<주변 건물들과 차별화된 모습인 아모레퍼시픽 본사>
*출처: https://magazine.brique.co
<백자 달항아리를 닮은 건물 전경>
*출처: https://www.sedaily.com
<뻥 뚫린 건물 중앙 부분>
*출처: https://hankookilbo.com
<건물 전체를 둘러싼 무정형 알루미늄 루버>
*출처: https://www.hdec.kr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대상, 2019년 세계 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에서 2개 부문 대상과 1개 부문 우수상을 받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국에서 최초로 설계한 건물입니다.

 

연면적 188,902.07㎡, 지상 22층, 지하 7층으로 건축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조선시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살려 건축하였는데요. 건물 외관을 자세히 보면 완전한 정육면체가 아닌 층이 올라갈수록 바깥으로 조금씩 넓어지는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주변 건물들과는 차별화된 큐브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어 존재감이 남다릅니다. 이는 다른 건물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외관 덕분인데요. 다양한 크기의 알루미늄 루버 2만 1500여개가 건물 외관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빛과 각도에 따라 컬러가 변하는 역동성이 주변 건물과의 차별성을 만들었죠. 그리고 2층 높이의 필로티를 적용하여 굵은 열주들이 정렬해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합니다.

 

 

▶ 건물 내부에 위치한 3개의 루프가든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는 건물 내부에 위치한 루프가든>
*출처: https://magazine.brique.co

<건물 5층 중정부에 조성한 단풍나무>
*출처: https://www.apgroup.com

<건물 한 가운데 자리한 모습>
*출처: www.the-pr.co.kr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한가운데 자리한 루프가든입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정육면체 건축물의 세 면을 뚫어 공간을 비워낸 대신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담고자 했는데요. 5층,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3개의 루프가든을 만들어 직원들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죠. 또한 옥상 정원에는 ‘창을 통해 바깥 경치를 집 안으로 끌어와 감상했다’는 한국 전통 조경 방식인 ‘차경’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루프가든 천장에는 레오 빌라리얼 작가의 대규모 미디어 작품이 설치해 사람들이 작품 주위에 모여 소통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그리고 이곳에 미술관, 강당, 도서관, 식당 등 다양한 공공시설을 배치하여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용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02. 독일 – 베를린 신 박물관

 

독일 베를린 신 박물관은 베를린 박물관 섬에 위치하며, 2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후 폐허가 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복원 프로젝트를 맡아 본격적으로 재건 작업이 이루어졌는데요. 재건 과정에서 역사적 구조를 존중하며 남아 있는 부분은 최대한 보존하고 소실된 부분은 새롭게 건축하여 단순 보존보다 가치를 더해 시간과 도시의 변화를 담았습니다.

 

 

▶ 폐허가 된 박물관 복원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된 베를린 신 박물관 현재 모습>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훼손된 베를린 신 박물관>

<복원된 외벽>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베를린 신 박물관은 5개의 박물관이 있는 독일 베를린 박물관 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섬은 19세기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건설되었지만, 모든 건물이 세워진 지 9년 만에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광범위한 폭격으로 인해 건물이 파괴되어 무너져 내렸는데요. 그 중 신 박물관은 1943년과 1945년 베를린에 가해진 공습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전쟁 이후에는 동독 점령 하에 놓이면서 50년 이상 폐허로 방치됐습니다. 

1997년 독일 시민들에게 전쟁과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인 신 박물관을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재건을 위해 국제 공모를 진행하였고, 이때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당선되어 신 박물관 재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요. 2009년까지 복원 작업을 진행하였죠. 재건 작업은 역사적인 구조를 존중하여 완전한 재건이나 현대적인 확장을 제안하지 않고, 남아 있는 역사 중 일부는 보존하고, 완전히 부서진 곳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복원이 완료된 신 박물관은 2009년에 시민들에게 다시 개방하게 되었고 박물관 내에는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역사를 보존한 재건 작업

<재활용 벽돌로 복원한 벽과 현대적인 계단 설치>
*출처: https://www.donga.com

<기존 벽을 유지한 채 조립식 콘크리트로 일부분 재건>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베를린 신 박물관을 재건할 때는 ‘고고학적 측면에서 복원은 기존 문화재에 대해 가능한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는 베네치아 헌장의 지침을 따라 역사적 구조를 존중하며 작업이 이루어져 기존 건물에서 남아있는 부분은 최대한 되살리며 소실된 부분만 새롭게 건축하였습니다. 

총탄이 맞은 흔적이 있는 기둥은 그대로 복원해 고통스러운 역사를 드러냈으며, 사라진 공간을 다시 만들 때에는 재활용 벽돌이나 과거의 건물에 사용됐던 것과 비슷한 소재를 선택하면서 현대적인 미니멀리즘 방식을 적절히 섞었죠. 또한 소실되었던 계단은 장식이 있던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건물의 동쪽과 남쪽에 대부분 보존된 열람터를 복원하여 전쟁 전 도시 상황을 재현하였는데요. 이렇듯 복원한 단순 보존보다는 가치를 더해 재건한 건축물은 해당 건물의 시간은 물론 도시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03. 영국 – 터너 컨템포러리

 

2011년에 개관한 영국의 컨템포러리는 미술관 또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하였습니다. 제러미아 터너에게 영감받아 만들어진 이 곳은 마게이트 해변가에 위치하여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전시를 선보이며 지역 예술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하고 있는데요. 해안가에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높은 습도와 강한 바람 그리고 파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 마게이트 해안가에 위치한 미술관

<비스듬한 지붕이 특징인 터너 컨템포러리>
*출처: https://en.wikipedia.org
<터너 컨템포러리 전경>
<미술 작품 관련 교육 활동>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영국 켄트주 마게이트(Margate)에 위치한 터너 컨템포러리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2011년 4월 16일 3층에 개관한 20미터(66피트) 높이의 건물은 데이비드 치퍼필드에 의해 설계되었는데요. 주로 현대 미술 작품과 전시를 선보이는 장소로서 유명한 터너 컨템포러리의 이름은 18세기와 19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유명 랜드스케이프 화가 제러미아 터너(J.M.W. Turner)에게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습니다.

터너 컨템포러리는 바다 근처에 지어져 멋진 전망을 자랑하며,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교육 활동을 진행합니다. 또한 지역 사회와 예술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유치하며, 창의적인 문화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위치 특성을 고려한 건축

<터너 컨템포러리에서 바라본 바다>
<투명한 창을 통해 햇빛이 내리쬐는 미술관 실내> 

<강화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파사드>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눈에 띄는 해변가에 자리한 터너 컨템포러리는 과거 유명 화가 제러미아 터너가 자주 방문했던 게스트하우스 위치에 세워졌습니다. 건물은 여섯 개의 동일한 체적으로 이루어진 지붕을 가지고 있으며, 6층 위 투명한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실내를 고르게 환히 밝히기도 하며, 방문자들이 일상과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해안가 주변에 위치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롭고, 홍수로부터 보호되도록 건설되었는데요. 침수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건물을 기둥 위에 세웠으며, 높은 습도와 강한 바람 그리고 파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 프레임과 부식에 강한 강화 유리를 사용하여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바닷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도록 콘크리트에 산성 에칭을 하였죠. 그리고 건물의 파사드는 주로 강화 유리 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내는 콘크리트 바닥과 흰 벽, 천장으로 디자인하여 조용하면서도 예술 전시 및 감상하기 적절한 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04. 미국 – 뉴욕 롤렉스 빌딩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오래된 롤렉스 빌딩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디자인으로 재탄생 하기 위해 현재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 건물은 30층 규모의 유리탑 빌딩으로 재탄생할 예정인데요. 건물에 사용될 유리는 미국 그린빌딩위원회로부터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

<1층에 위치한 롤렉스 플래그십 스토어>

<뉴욕 5번가에 건설 예정인 롤렉스 빌딩 조감도>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1970년대에 지어진 뉴욕 5번가 중심에 위치한 롤렉스 빌딩은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뉴욕 롤렉스 빌딩 재건을 위한 경쟁에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겹겹이 쌓인 들쭉날쭉한 유리탑 건축 계획을 제안하여 당선되었는데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브랜드 롤렉스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건물, 그리고 뉴욕 5번가라는 입지의 특수성을 대표할 수 있는 건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2025년까지 기존 12층 규모의 건물을 재건축을 통해 30층짜리 빌딩으로 건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기존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직선적이고 견고한 디자인

<롤렉스 빌딩 렌더링>
*출처: https://davidchipperfield.com
<건물 내•외부 설계도>
*출처: https://www.bldup.com


 

새롭게 건설된 뉴욕 롤렉스 설계도를 보면 치퍼필드 특유의 직선적이고 견고한 디자인을 보여주며, 빌딩의 형태는 단순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개의 블록을 쌓아 올린 듯한 빌딩은 꼭대기로 갈수록 크기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며, 유리는 톱니바퀴처럼 지그재그 모양을 하고 있어 내부와 외부를 간접적으로 강조합니다. 이 톱니 모양의 유리 중 한 쪽 면은 반투명, 다른 쪽 면은 완벽한 투명으로 디자인해 보는 각도마다 다른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는데요. 반면 도보가 있는 1층은 둥글게 처리해 롤렉스 매장 또는 롤렉스 본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건물 대부분이 유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환경친화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미국 그린빌딩위원회(LEED)에서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을 받았으며, 롤렉스 빌딩 건축이 완료된다면 롤렉스가 추구하는 고품질과 고품격을 상징하는 대표 건물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202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축물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데이비드 데처필드는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훼손된 건물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가치를 높여 재건하고, 건물을 통해 지역 사회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 등 사회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자신만의 건축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에서 두 번째로 성수 K-PROJECT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새로운 건축 작품을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당 게시글이 유익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