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술가들에게는 뮤즈라고 불리며 창작물 제작에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죠! 건축가도 마찬가지로 음악이나 미술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물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제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음악을 사랑한 낭만적인 건축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나 악기를 떠올려 형상화하여 건축에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이다스캐드와 함께 음악을 또 하나의 예술로 만든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확인해보려 합니다.
*출처: CCY Architects/ https://www.ccyarchitects.com/
2018년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선보인 CCY 아키텍처의 'Music Box' 프로젝트는 시카고의 사업가 월터 팹케 Walter Paepke로 시작된 ‘아스펜 아이디어 운동의 아이디어를 추구한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건축 디자인입니다. 태양빛이 건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멍을 뚫은 갈바륨 강판을 건물 외벽에씌운 모습은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하는 쇼팽의 녹턴의 악보를 옮겨놓은 것인데요.
따듯한 햇살이 내부로 들어오는 모습은 피아노 건반의 각 음과 코드, 박자 등을 떠오르게 한답니다. 구멍의 크기는 음정, 구멍의 수는 음표가 연주되는 시간을 뜻하는데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예술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Aspen Music Festival의 개최지인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기대되는 건축입니다.
*출처: Hélène Binet/https://www.architecture.com/
런던 스토크 뉴잉턴(Stoke Newington)에 위치하고 있는 이 콘크리트 주택은 건축가와 작곡가가 협업하여 만들어진 'Vex' 프로젝트입니다. 아카데미즘에 반발하며 개성 있는 음악을 추가했던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가 만든 피아노 연주곡인 '벡사시옹' 에 영감을 받아 작곡과 디자인이 이루어졌는데, 연주 시간이 최소한 1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곡이 연주된 경우가 드물고 악보에는 ‘미리 준비를 하고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미동도 없이 연주하라’는 설명이 붙어 있답니다.
건축사무소 챈스 데 실바 아키텍츠(Chance de Silva Architects)의 스티븐 챈스(Stephen Chance)는바비칸(Barbican, 런던의 공연예술극장)에서 백사시옹을 듣고 난 후, 북부 런던에 지을 주택의 주제로 정하기로 하였고 일랙트로닉 작곡가인 스캐너가 만든 세 파트의 사운드트랙을 디자인에 표현하였습니다. 설계팀은 반복되는 연주인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을 표현하기 위해 드럼 둘레에 주름을 고르게 만들고, 목조 거푸집 시스템을 개발하여 골 강판을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 콘크리트를 타설 하였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세 개의 콘크리트 드럼이 불규칙하게 쌓여있는 형태로 서로 닮았지만 같지 않은 모양에 의미를 두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주름과 다르게 생긴 3개의 드럼을 이어 붙여 지루함을 덜어주도록 건축하였습니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콘크리트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고,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했으며, 예술성과 디자인 주거 편의성 모두 갖추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출처: Wikimedia/https://www.wikimedia.org/
*출처: mymindmyworldmyrules.tumblr.com
기타리스트의 전설로 남아 있는 미국의 지미 핸드릭스를 기리기 위한 EMP 박물관은 그 당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던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하였습니다. 프랑크 게리는 '프라하 댄싱 하우스', '빌바오 하임 박물관'.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등 현대 건축사에 빛나는 걸작들을 다수 완성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을 통해 명성을 알리게 되었는데요.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를 선정하여 매년 수여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며 얼마 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을 건축하면서 한국에서도 프랭크 게리의 건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경쟁력을 높인 현상을 일컫는 '빌바오 효과'가 언급되는 인물인 만큼 그는 직접 일렌트로닉 기타를 연주하고, 부수고, 잘라보는 등 지미 핸드릭스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로큰롤 음악과 문화를 연구하면서 일렉트로닉 기타를 부순 조각들에 영감을 받아 EMP 박물관의 외관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총 3,000개에 달하는 강철과 알루 미늄 판넬로 이루어진 외관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팬넬의 색감이 달리 지며 음악과 문화의 변화 또한 다양한 음악의 역사들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시애틀 출신인 지미 헨드릭스가 쓰던 기타, 코베인이 쓴 일기와 친필 가사 원본과 함께 영국 펑크 록 전설 베이시스트 폴 시머넌이 내리쳐 박살 난 베이스 기타의 파편도 전시되어 있답니다. EMP를 상징하는 중앙 천장에 매달린, 수백 대의 기타로 된 거대한 전시 작품을 본다면 로큰롤 음악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게 됩니다.
*출처: https://en.wikiarquitectura.com
1958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의 찬사를 받은 건축물인 필립스관은 그 당시 독특한 모습으로 쌍곡 포물면의 구조로 지어져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건축물은 파리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프랑스에서 활동한 그리스 출신의 작곡가 겸 건축가인 이안 니스 크세나 키스(Iannis Xenakis)가 함께 작업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인데요. 크세나 키스의 악보가 그대로 설계도에 적용되어진 첫 작품으로 그의 음악적 특성이 어떻게 건축화되었는지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크세나 키스는 필립스관의 의뢰를 받은 동시 음악의 메타 스타시스를 작곡하며 건축물에 표현하고자 하였고 음의 변화나 소리의 밀도 변화 등을 수학적으로 묘사해 악보를 그리고 이를 필립스관의 설계도에 적용하여 건축하였습니다. 내부 벽면에 400여 개의 스피커를 설치한 후 독창과 합창, 그리고 전자음향이 8분 동안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다양한 영상들과 빛들을 벽면 가득히 투영시켜 음악과 영상의 색채가 공간을 감싸도록 연출하여 대중들의 탄성을 아우르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두 예술가에 의해서 음악을 건축으로 나타내었던 이 작품은 예술의 통합성과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음악을 또 하나의 예술로 표현한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살펴보았습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문학가인 괴테의 '음악은 흐르는 건축,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 둘 다 공간과 시간에 펼쳐져 있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만큼 건축은 또 하나의 예술인 음악을 더욱 가깝게 느껴주게 하며 음악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건축을 유동적이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결을 가지고 있는 두 예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만들어가는 건축물을 앞으로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