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지켜진 우리의 건축문화재는 미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유산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축문화재는 주로 목재나 석재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에 취약하며,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훼손도 빈번히 발생하기도 하죠. 이러한 훼손된 건축 문화재는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가치가 있으면 복원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마이다스캐드가 훼손되었다가 복원된 건축 문화재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01. 숭례문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4가에 있는 도성의 남쪽 정문인 숭례문은 남대문이라고도 불립니다. 1396년에 짓기 시작하여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건축 문화재 중 하나이며 서울의 랜드마크로 여겨졌는데요. 2008년 2월에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목재로 만들어진 숭례문 2층 문루의 90%와 1층 문루 10%가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5년 3개월에 걸친 복원 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화재로 인한 전소
<화재 발생 전>
*출처: www.heritage.go.kr
<방화사건으로 인해 불에 타는 숭례문>
*출처: https://www.ohmynews.com
<진화 작업 후 잿더미로 남은 모습>
*출처: www.heritage.go.kr
2008년에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은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노인이 저지른 방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누각 2층 중앙에서 시작된 불은 기둥을 타고 올라 상부 부재에 옮겨 붙었 순식간에 번졌으며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는데요. 초기에 숭례문 누각 기둥과 천장으로 노출되었던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진화되었으나, 화염이 기왓장 밑 적심 내부로 전이되어 화재 5시간 만에 숭례문의 석축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훼손되었습니다.
화재 발생 후 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 철편, 장식 기와 등 피해 부재에 대한 보존처리를 진행하였으며, 피해를 입은 목구조 결구체를 그대로 해체하여 경복궁에 마련한 부재보관고로 이전한 후에 피해 현황 수습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응급조치를 일단락하였는데요. 2008년에 숭례문 중건과 변천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으로 복구하고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국민의 상실감 치유와 자긍심을 회복하고자 숭례문 복구 기본 원칙이 발표되었습니다.
복구의 기본 원칙은 여섯 가지로 정해졌는데요. ①성문은 화재 전 모습대로 복구 ②기존 부재는 최대한 재사용 ③고증과 발굴을 통해 일제 때 철거, 변형된 좌우 측의 성곽과 지반을 원형대로 복원 ④중요무형문화재 등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가 참여하여 전통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여 복구 ⑤학계전문가로 구성된 ‘숭례문 복구자문단’을 구성, ⑥국가직영 추진방식으로 예산, 기술지원, 공사시행 등은 문화재청에서 담당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 전통방식을 따른 복원 작업
<복구 작업을 작업 현장>
*출처: https://www.seoul.co.kr
<대장간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는 철물>
*출처: www.kookje.co.kr
<화려한 숭례문 홍예 천장>
<화재 후 복원된 현재 모습>
*출처: www.heritage.go.kr
숭례문 복구는 전 과정이 전통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화재로 훼손된 숭례문은 물론 일본 강점기 때 변형된 양측 성곽까지 복원하였습니다. 목수와 석수 등 현장에 인부들은 한복을 입고 작업을 하였으며, 숭례문 복구 현장에 대장간을 설치하여 전통 수제 기와를 옛 방식으로 제작하여 사용하였는데요.
철물도 전통 방식으로 가공하여 사용하였고, 70년대 들어오면서 인공 단청 안료 사용으로 명맥이 끊어져 쓰이지 않던 전통 단청 안료와 아교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무•돌 등 재료를 다듬을 때도 전통도구를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잊혀진 전통 기법을 되살려 옛 모습을 되찾아 복구하였습니다.
02. 경복궁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경복궁은 조선 왕조의 주요 법궁으로 1395년 태조 4년에 창건된 수도 서울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철거되어 근정전과 같은 중심 건물만이 남게 되고, 조선 총독부 청사까지 세워 궁궐을 가려버리게 되었는데요. 1990년부터 복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고 경복궁 흥례문 일원이 복원되었습니다.
▶ 조선총독부 철거
<경복궁 앞에 세워진 조선총독부>
*출처: https://segye.com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선포식>
*출처: https://www.edaily.co.kr
<근정전 앞의 조선총독부 철거현장>
*출처: http://news.heraldcorp.com
경복궁 앞에는 1920년대 지어진 조선총독부가 있었습니다. 1910년 일제에 의한 강제 병합으로부터 1945년의 광복 때까지 35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 식민통치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인 조선총독부 청사는 조선의 대표적인 궁궐인 경복궁을 훼손하다 못해 그 궁궐의 정면을 막아서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운 것입니다.
이는 일본이 한반도의 통치자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조선시대 법궁인 경복궁을 가로막고 세웠는데요. 이 건물은 광복 이후에도 철거되지 않고 50여 년 간 정부청사나 박물관 등 여러 용도로 이용되다가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완전히 철거되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35년간 진행되는 복원 정비 사업
<100여년 만에 복원된 경복궁 소주방>
*출처: https://www.rwn.co.kr
<경복궁 계조당 복원 현황을 살펴보는 시민들>
*출처: https://news.kmib.co.kr
<경복궁 단계별 복원 배치도>
*출처: https://www.royalpalace.go.kr
일제강점기 시절에 변형되고 훼손된 경복궁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1990년부터 경복궁 복원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1차 복원 정비 사업에는 157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89동 8987m2(2720평)의 건물이 복원되었는데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경복궁 중심축의 복원을 추진하였으며,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진행된 침전 권역 사업을 통해 강녕전 등 12동의 건물이 복원되었습니다.
또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동궁 권역 사업을 통해 자선당 등 18동의 건물이 복원되었습니다. 이어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된 흥례문 권역 사업에서는 흥례문 등 6동의 건물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태원전 권역 사업에서는 태원전 등 25동의 건물이 각각 복원되었으며, 마지막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광화문 및 기타 권역 사업을 통해 광화문과 건청궁 장안당 등 28동의 건물이 복원되었습니다.
경복궁 2차 복원 정비 사업은 2011년부터 2045년까지 5단계로 나누어 총 80동을 복원할 계획이며 현재 진행 중인데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1단계 사업에서는 소주방과 흥복전이 복원되어 현재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개방되었으며 체험행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 사업에서는 동궁과 오위도총부 영역의 14동을 복원할 계획이며, 2026년부터 2034년까지는 3단계 사업으로 궐내각사 영역을 복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31년부터 2042년까지는 4단계 사업으로 선원전과 혼전 영역을, 마지막으로 2040년부터 2045년까지는 5단계 사업으로 동•서십자각과 내사복 영역을 복원하여 고종 시대의 조선 후기 궁중 문화를 그대로 복원하고자 합니다.
03. 미륵사지 석탑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 터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제30대 무왕 관련 불탑이며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국내 석탑 중 제일 규모가 크고 오래된 탑인데요. 원래는 9층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반파된 상태로 6층 일부만 남아있었고, 창건당시의 정확한 원형은 알 수 없으며, 17~18세기 이전 1층 둘레에 석축이 보강되었습니다.
▶ 콘크리트 해체 작업
<훼손된 미륵사지 석탑>
*출처: http://www.heritage.go.kr
<콘크리트가 덧씌워진 모습>
*출처: http://www.heritage.go.kr
<2층 콘크리트를 해체하는 작업>
*출처: https://www.nrich.go.kr
<미륵사지 석탑 해체 현장>
*출처: https://news.mt.co.kr
<귀옥개석 CAD 도면>
*출처: https://www.nrich.go.kr
1998년 콘크리트가 노후되고 불안정하다는 구조안전진단 검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하고 복원하기로 결정합니다. 해체하기 전 석탑에 대한 문헌 기록이나 자료를 찾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해체 및 발굴 조사 과정에서 상세한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하였고 건축, 보존과학, 고고학,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에 2001년 10월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되었는데요. 석탑의 해체는 6층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보강된 콘크리트와 석축까지 모두 해체하였습니다. 1915년 일본인들이 타설한 콘크리트를 전통 석공이 정으로 깨뜨려 부재와 분리하였으며 2004년까지 총 185톤 정도의 콘크리트를 해체하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부터 1층 해체를 시작하였으며, 석축은 2008년에 해체가 완료되었고 1층 및 기단은 2010년에 해체가 완료되었습니다.
석탑 해체 시에는 해체 전, 중, 후 단계에서 각각 정밀조사가 이루어졌는데요. 원형의 정확한 기록 보존을 위해 해체 전, 부재의 해체 순서, 방법, 기초 조사내용 등을 현장에서 기록하였고, 주요 부재는 해체 전 위치와 조적 상태, 파손 및 절단 상태 등을 기록하여 해체과정에서 노출되는 유물 등은 상세한 조사와 사진촬영을 마친 다음 별도로 수습하여 보관하였습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는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실측조사를 실시하여 전통적인 조사 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3차원 레이저 스캔을 실시하여 기존의 2차원적 도면과 함께 3차원 형상 정보 데이터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존처리 및 관련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가공과 조립
<석재를 가공하는 작업>
*출처: https://www.munhwa.com
<심주석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 https://www.segye.com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
*출처: https://www.heritage.go.kr
<미륵사지 석탑 야경>
*출처: https://www.heritage.go.kr
미륵사지 석탑은 2013년 11월 조립 공사를 착수하고 2017년 11월에 6층까지 복원을 완료하였습니다. 원형을 보존해 역사성과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작업의 기본 원칙으로 하여 석탑의 건축적 특성에 따른 조립 기준을 설정하고 구조적 취약부는 보강하였으며, 부재는 남아 있는 것을 최대한 재활용한 모습입니다.
석탑의 조립 기준은 1층 내부 십자형 통로의 정중앙에 위치한 심초석(心礎石)인데요. 이 심초석을 기준으로 석탑 조립 중심축(十자)을 확보하고 초석, 고막이석, 기둥석 등을 순차적으로 조립하였고 이후의 조립 과정은 가설 덧집에 규준틀을 설치하고 중심축을 수직으로 연장하여 각 층의 조립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조립 공정의 일관성과 정밀도를 유지하고 안정성을 확보한 모습입니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높이는 25m에 9층까지 였던 걸로 추정되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추정에 의한 무리한 복원을 지양하고 원래 남아 있었던 6층까지만 복원하였습니다.
04. 황룡사
황룡사는 신라 진흥왕이 재위 14년(553)에 현재 경북 경주 구황동 320번지 일대에 세워진 신라 최대의 사찰입니다. 하지만 1238년에 몽골의 침입으로 인하여 소실되어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는데요.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는 황룡사의 일부를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였습니다.
▶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복원
<황룡사 중문 터>
*출처: https://www.lottehotelmagazine.com
<증강현실(AR)로 복원된 황룡사 중문>
*출처: https://www.hani.co.kr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는 신라왕경 핵심 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일부를 증강현실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였습니다.
이전에 증강현실을 통해 처음으로 복원된 건축 문화재로는 돈의문이 있으나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를 하나하나 만들어 세부사항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며,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정확한 위치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로 복원한 것은 황룡사가 최초입니다. 황룡사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을 증강현실로 복원하였으며,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 1차로 완성한 제작물을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보완하여 완성하였습니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며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에 달하며 과거의 일반적인 기존 디지털 복원물은 복원 건축물 앞에 사람이 있어도 건축물 뒤로 보이는 등 원근감이 무시되었지만, 황룡사 디지털 복원은 체험자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하여 원근감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더 현실감 있습니다.
실감나는 증강현실 복원을 위해 시간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하고 재질을 다양화하여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하는 것처럼 실제감을 최대한 살려 황룡사를 실제로 거니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으며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마커 인식과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하여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위치 정확성도 확보하였습니다.
▶ 태블릿PC를 활용한 체험
<태블릿PC를 활용하여 증강현실 황룡사를 체험하는 사람들>
*출처: https://gyeongju.go.kr
<황룡사 유물 관찰>
<디지털로 복원된 황룡사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출처: https://youtu.be/XM4lhk0rmzs
황룡사 역사문화관에서는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 증강현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블릿 PC를 사용하여 마치 실제로 복원된 듯한 황룡사를 직접 둘러보고 감상할 수 있는데요. 황룡사 내에 설치된 마커가 있는 장소에서 앱을 실행하면 디지털로 복원된 황룡사를 만날 수 있으며,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토된 유물을 활용한 보물찾기 프로그램도 제공되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데요. 보물찾기 프로그램에서는 태블릿 PC를 들고 황룡사지를 걷다 보면 화면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나타나며, 흙을 털어내면 실제 유물의 형태와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계절 배경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으며, 건물을 확대하여 세부사항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복원된 건축 문화재 사례를 네 가지 소개해 드렸습니다. 실제로 복원된 숭례문과 경복궁 그리고 미륵사지 석탑부터 디지털로 복원된 황룡사까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들을 복원함으로써 소중한 우리 역사를 유지하고 지킬 수 있게 되었는데요. 특히 디지털 복원은 시간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된다면 훼손되거나 손실된 우리의 아름다운 건축 문화재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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