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겨울이 가고 어느덧 서울 곳곳에서도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걷다 보면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개나리, 목련이 활짝 펴 있어 걸음을 잠시 멈추 고 고개를 들게 되기도 합니다. 고즈넉한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궁궐들도 어느새 따듯한 햇빛을 머금은 꽃이 만개해 완연한 봄의 궁궐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이다스캐드가 봄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서울 시내의 4대 궁궐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01. 종로구 - 경복궁
천도 직후부터 건축된 경복궁은 조선의 정궁으로 많은 궁들 중에 중심이며 가장 큰 궁 중에 하나입니다. 정사를 보는 근정전, 침전, 후원 등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점한 일본이 궁궐, 종묘와 사직, 도성의 기본 구조와 형태를 철저히 파괴하였고 현재까지 조금씩 원형을 복원해가고 있습니다.
▶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 건물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경회루의 봄 전경>
*출처: https://www.royalpalace.go.kr
<향원정의 봄>
*출처: www.k-heritage.tv
왕의 덕이 햇빛처럼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인 광화(光化)의 뜻을 가진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을 지나쳐 흥례문과 근정문을 지나면 왕이 정사를 보던 근정전이 위엄을 지니고 맞이해줍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조선 후기 연회 장소로 이용된 궁궐 건물로 경회루를 마주치게 되는데 잔잔한 수면 위에 자리 잡은 경회루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 건물로 꽃이 피어난 연못가의 벤치 주변에는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한복을 어여쁘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뒤쪽 후원으로 이동하면 소박한 연못 중앙에 향원정이 다소곳이 위치하고 있으며 향원정 역시 백악을 배경 삼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 낮과는 다른 매력을 뽐내는 밤의 경복궁
<아미산의 봄꽃>
*출처: https://www.royalpalace.go.kr
<십장생, 사군자의 문양을 더한 교태전의 굴뚝>
*출처: www.incheonin.com
<낮과는 다른 매력의 야간 경복궁>
출처: http://www.tnews.kr
경복궁의 봄꽃은 구궁궁궐에서 생활하는 왕후를 위한 후원의 작은 산인 아미산 화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왕후가 머무는 교태전 후원에 경회루 연못을 만들 때 파낸 흙을 쌓아 언덕을 만들고 중국 산둥성의 유명한 산 이름을 붙인 것인데요 교태전의 온돌에서 빠져나가는 굴뚝을 후원에 만들면서 십장생, 사군자 등의 아름다운 문양을 더했고 봄이 되면 아미산 곳곳에 앵두꽃과 산수유, 진달래가 굴뚝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낮과는 다른 매력을 뽐내는 밤의 경복궁을 볼 수 있는 야간 관람 개장이 4월부터 5월 29일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궁중문화 축전 행사 준비와 공연이 이뤄지는 5월 11∼15일은 야간 관람을 할 수 없으니 유의해서 경복궁의 밤 정취를 즐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02. 창덕궁
경복궁의 이궁으로 동쪽에 지어진 창덕궁은 이웃한 창경궁과 서로 다른 별개의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하나의 궁역을 이루고 있어 조선 시대에는 이 두 궁궐을 형제 궁궐이라 칭하며 ‘동궐’이라 불리는 궁궐입니다.
▶ 비정형적 조형미
<금천교에서 보이는 진선문 전경>
출처: www.heritage.go.kr
<희정당의 내부>
출처: https://www.joongang.co.kr
<홍매화와 승화루>
*출처: https://brunch.co.kr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인 창덕궁은 평지여서 주요 건물이 좌우대칭의 일직선 축을 가진 경복궁과는 다르게 경사를 따라 건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했고 비정형적 조형미가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천교를 건너 진선문, 인정문, 숙장문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꼴의 공간을 지나면 조선의 왕들이 신하들과 수시로 만나 나랏일을 논의하던 편전인 선전정과 희정당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더 오르면 후원으로 가기 전 창경궁에 인접한 승화루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세자의 전용 도서실로서 세련된 조형과 여러 동을 연결한 난간의 독특한 디테일을 볼 수 있으며 당시로서는 현대식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 한국 정원의 정수, 비원(秘苑)
<비원 전경>
<위에서 바라본 부용지>
<사대부 주거공간 연경당>
*출처: www.heritage.go.kr
창덕궁 후원 안에는 부용정, 주합루, 관람정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자와 수목, 괴석, 연못 등이 자연과 어울려 조화롭게 배치된 한국 정원의 정수로 꼽히는 비원(秘苑)이라 부르는 정원이 위치하고 있는데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을 반영한 네모난 연못과 둥근 섬의 인공으로 조성된 연못 위에 열십자 모양의 부용(연꽃)정이 소박한 자태로 두 발을 부용지에 담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조선 후기 사대부 주거공간으로 상류주택으로서 공간 배치가 빼어나며 이른바 99칸 집으로도 불리는 연경당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연경당 마당에 수목의 그림자가 집주인처럼 깊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경복궁이 형처럼 근엄하고 엄격하다면 창덕궁은 아우처럼 친근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자연과 조화하는 창덕궁의 건축물과 조경에는 선조들의 예술적 안목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창덕궁은 매주 월요일 휴관일 빼고는 모두 관람이 가능하며 10시, 10시 30분, 15시, 15시 30분에 무료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후원 관람 같은 경우 제한관람지역으로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유의 하셔서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03. 창경궁
창경궁은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거처하기 위하여 지은 수강궁(壽康宮) 자리에 지은 궁궐로 창덕궁과 연결되어 동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면서, 독립적인 궁궐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궁궐입니다.
▶ 동쪽을 바라보며 지어진 궁궐
<궁궐의 원칙을 깨고 동향으로 지어진 창경궁>
*출처: https://cgg.cha.go.kr
<봄을 알리고 있는 옥천교>
출처: http://www.naewaynews.com
<옥천교에서 건너면 보이는 명정문>
*출처: https://cgg.cha.go.kr
궁궐은 남향이 원칙이지만 창경궁은 특이하게 동쪽을 바라보며 지어졌는데 서쪽에는 창덕궁이 있고 남쪽에는 종묘가 있어 지형상 동향이 적합하였고 동쪽에 왕실 동산인 함춘원과 낙산이 자리하고 있어 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창덕궁에 금천교가 있다면 창경궁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옥류천의 다리 옥천교가 존재하고 있는데요. 금천교(錦川橋)에는 도깨비 문양 앞에 석수가 있는데, 창경궁에도 바로 앞 공간에 석수가 있을 듯한 공간이 있으며 도깨비 문양과 석수는 물을 타고 들어오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옥류천은 창덕궁 후원이 발원지로 궁궐 금천 중 유일하게 물이 흐르고 있는 곳으로 이 옥류천이 흐르는 옥천교 위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창경궁 명정문이 보입니다. 경복궁 같은 경우 광화문-홍례문-근정문-근정전, 창덕궁은 돈화문-숙장문-인정문-인정전으로 이어져 다른 궁궐은 정문에서 정전까지 두 개의 문이 있지만, 창경궁은 그 터가 좁아서인지 명정문 하나만 위치하고 있습니다.
▶ 품고 있는 다양한 풍경
<창경궁의 집무실 문정전>
<왕이 독서를 하는 공간 숭문당>
*출처: https://cgg.cha.go.kr
창경궁은 왕실의 웃어른을 편안히 모시기 위한 궁궐로 지어졌기 때문에 정치 공간인 외전보다는 생활공간인 내전이 더 넓고 발달한 궁궐인데요 명정전은 임진왜란 후 광해군이 창경궁을 중건할 때 지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단층 지붕에 아담한 규모이지만 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명졍전 주위에는 임금이 신하들과 회의를 하고 국가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던 창경궁의 집무실 문정전과 왕이 독서를 하거나 신하와 국사를 논하는 숭문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창경궁 대온실 외관>
<서양식 외관과 한복의 조화>
출처: https://newsroom.posco.com/kr
한편 창경궁 입구에서 10-15분 정도 걸으면 저 멀리 하얀색의 건물이 보이게 됩니다. 바로 1909년에 지어져 당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양식 식물원 '창경궁 대온실' 입니다 대한제국 말기 서양 건축 양상을 볼 수 있는 희귀 유산으로 인정받아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국내 자생식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1년간 원형대로 복원 공사를 하고 2017년 다시 개방하였습니다. 현재는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하여 관람할 수 있으며 전면 유리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따스한 햇볕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를 줍니다.
04. 덕수궁
이전의 명칭은 경운궁, 순종은 경운궁에서 즉위한 뒤 아버지가 덕을 누리며 장수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궁호를 1907년 덕수궁으로 명칭으로 바꾸었습니다. 덕수궁은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사가이던 것을 선조 때 임시로 왕이 거처로 사용하면서 궁이 된 것인 만큼, 궁이 자리 잡은 위치나 건물의 배치에 있어서도 다른 궁궐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 사가에서 궁궐의 모습을 갖춘 덕수궁
<중화전으로 드나드는 정문 중화문>
<공식 행사가 이루어졌던 중화전>
<목조2층 전각의 석어당>
*출처: http://www.deoksugung.go.kr
<서로 연결되어 있는 준명당과 즉조당>
*출처: https://mediahub.seoul.go.kr
덕수궁은 고종 말년에 거처를 옮기면서 갑자기 궁궐로서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건물의 배치도 이때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으로 드나드는 정문인 중화문은 주위에 행각과 담이 없는 모습인데 원래 중화전 영역 주위에는 장방형으로 행랑이 둘러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모두 철거되고 현재는 몇 칸만 남아 있습니다.
중화전은 덕수궁의 정전으로 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 연회, 사신 접대 등 공식 행사가 이뤄졌던 곳으로 뒤편으로는 단정하게 배치된 석어당과 즉조당, 준명당이 보입니다. 덕수궁 유일의 목조 2층 전각의 석어당은 단청을 입히지 않아 세월의 무게가 돋보여지는데요.
임진왜란으로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에 돌아와 임시로 거처했던 곳이며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가 유폐되어 생활한 곳이자, 인조반정 때 광해군이 옥새를 넘겨주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석어당 옆으로 자리한 고종의 편전으로 신하들과 회의를 하거나 공무를 수행하던 준명당과 선조 때부터 있던 건물로 인조와 광해군이 즉위한 즉조당은 복도로 서로 연결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 서양식 건물을 품고있는 궁궐
<석조전과 준명당>
*출처: https://mediahub.seoul.go.kr
<한국 최초의 근대식 건물 석조전>
<고종의 휴식공간 정관헌>
*출처: www.deoksugung.go.kr
다른 궁궐과 달리 우리의 전통 양식으로 지은 건물 외에 서양식 건물을 품고 있다는 큰 특징이 있는 덕수궁. 대표적으로 석조전과 정관헌이 있습니다. 궁궐 중간 연못 옆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석조전이 위치하고 있는데 짧은 건물의 역사에 비해 고종 황제가 고관대작과 외국의 사신 등을 접견하던 곳으로 1900년에 착공하여 11년 만에 준공해 둥근 기둥이 시원스럽게 늘어선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고종이 승하한 후 일본의 미술관 등으로 사용되다 현재 동관은 대한제국 역사관, 서관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개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함령전 뒤편에 자리한 정관헌은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고종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요. 녹색으로 채색된 지붕과 연녹색의 테라스 난간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자면 서양의 문물과 함께 들어온 커피를 즐겼던 고종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현재 덕수궁은 월요일 휴관일로 9:00~21:00까지 무료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즈넉한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4대 궁궐을 살펴보았습니다. 조선의 정궁으로 많은 궁들 중에 중심이며 가장 큰 궁 중 하나인 '경복궁'부터 사가이던 것을 선조 때 임시로 왕이 거처로 사용하면서 궁이 된 '덕수궁'까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이자, 전통과 현대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들이었는데요. 고층 빌딩 가득한 도심 속 형형색색의 꽃들이 함께하는 고즈넉한 궁궐을 거닐며 봄을 느끼러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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