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드디어 작년부터 생각해온 한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바로 준공작을 게임 속으로 옮기는 일. 몇 안되는 작품을 게임 속으로 옮기고, 만드는 과정과 완성본은 ‘심쿵건축’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 업로드 한다. 이를 진행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본 칼럼을 통해 시리즈로 공개하고자 한다. 총 두 가지 실험을 시도할 예정이며, 첫번째 실험은 ‘심즈4(The Sims 4)’, 두번째 실험은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마이다스캐드가 들려주는 M칼럼!!
'심쿵건축' 황남인 건축가의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건축이야기
필진. 건축사 황남인
한국 건축사
원주시 공공 건축가
유튜브 '심쿵건축' 채널 운영
내러티브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01. 오롯이 나의 손으로 - 심쿵건축
02. 가상 공간의 건축
03. 실험 대상 선정 : 부안 예술 공방
이번 ‘심즈4’ 1편에는 본 프로젝트를 시도하게 된 계기와 이를 통해 발견한 가상 세계 건축의 특징, 2편에는 제작 프로세스 및 가상 건축의 현실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심쿵건축 유튜브 채널의 메인 페이지. 필자는 2019년 중반부터 유튜브에서 ‘심쿵건축’ 채널을 운영해왔다. ⓒ심쿵건축>
필자는 2019년 중반부터 유튜브에서 ‘심쿵건축’ 채널을 운영해왔다. 당시 직원으로 일을 하며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욕구가 늘 있어왔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우연히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심즈4’(The Sims 4)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다.
<좌측은 심즈 4의 메인 타이틀. 우측은 심즈 4의 건축 인터페이스.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그 게임 속에서는 단순화된 스케치업 난이도를 가진 툴로 건축을 할 수 있었고,
삶을 모방하는 게임이니만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그 건물을 이용했다. ⓒ심쿵건축>
한 사람의 인생을 창조해나가는 그 게임 속에서는 단순화된 스케치업 난이도를 가진 툴로 건축을 할 수 있었고, 삶을 모방하는 게임이니만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그 건물을 이용했다. 별 생각없이 30분만에 툭툭 만든 수영장을 인간을 닮은 캐릭터들이 몰려와 이용하고, 이를 지켜보는 경험은 우습게도 ‘이게 건축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엄청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이후로 짬이 날 때마다 게임 속에서 건물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유튜브에 공유했다.
<‘진짜 건축가가 심즈4로 건축을 한다면?’ 시리즈의 첫번째 영상.
심즈를 시작한 계기에서 만드는 과정, 완성된 건물을 1인칭 시점으로 투어하듯 설명하였다.
게임 속에서 가볍게 집을 짓는 행위에 실제 설계하듯 대지 분석부터 시작하여 공간 구성을 설명하는 것이 독특해 보였단 평이다. ⓒ심쿵건축>
당시 ‘진짜 건축가가 심즈4로 건축을 한다면?’ 이라는 타이틀로 영상을 제작했는데 사람들에게는 실제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게임을 통해 건축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게임 속에서 가볍게 집을 짓는 행위에 실제 설계하듯 대지 분석부터 시작하여 공간 구성을 설명하는 것이 독특해 보였단 평이다.
<‘심즈4’로 만든 다양한 건물들. 수영장, 요가원, 단독주택, 미술관, 도서관, 료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건물을 게임 속에서 만들며 때때로 공부가 필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실무를 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용도와 규모의 건축을 게임 속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심쿵건축>
수영장, 요가원, 단독주택, 미술관, 도서관, 료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건물을 게임 속에서 만들며 때때로 공부가 필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실무를 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용도와 규모의 건축을 게임 속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2년 동안은 여분의 시간을 모두 투자하여 운영해오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게임 속 건축의 경험은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에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가상 세계의 과연 무엇이며 현실의 건축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게임 속에서 건축을 시도하며 다소 의외라 생각한 점은,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가상 세계에서도 유저들은 현실을 모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력이 필요없는 곳이지만 벽과 바닥이 나누어지고, 사람은 바닥으로만 걸어다닌다. 하늘을 날거나 우주를 걷는 행동보다 일상의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출근해서 동료들과 대화하며, 퇴근 후 친구를 만나는 행동을 한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건축 역시 현실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로 구성된 이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진 현실의 건축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몇몇은 심즈4 게임에 한정된다.
1. 재료는 오직 표면에 존재한다. 속까지 가득찬 현실의 덩어리(mass)는 없다.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들도 결국 폴리곤과 넙스의 서피스로 존재할 뿐이다. 가상 세계의 점토 덩어리에서 일정량을 계속 떼어낼 때 마치 속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변화하는 형태에 맞추어 표면만 계속해서 만들어질 뿐이다.
2. 모든 재료는 현실 건축 재료의 모방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게임에서도 만들지 않는다. 실제의 풍경을 게임 속으로 그대로 옮겨 놓길 원하는 유저들은, 현실의 건축과 유사한 재료를 사용하길 원한다. 때문에 젤리처럼 반투명하고 말랑한 기둥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슬라브 같은 것은 구현이 가능할지라도 대게 선호되지 않는다.
3. 재료들은 기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건축에서 말하는 물성의 요소인 질감, 색상, 질량, 구축 방식, 점성, 강도 등의 요소들 중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가상 세계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털가죽으로 비가 새지 않는 지붕을 만들 수도 있고, 쿠션이 기둥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재료의 적용 부위가 지붕이든, 화장실이든, 벽이든 상관없이 어떤 재료든 사용할 수 있다.
<건축에 사용 가능한 다양한 재료의 텍스쳐. 실제의 물성이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이들은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장소 어디든 사용될 수 있다.
게임 속에서 현실을 모방하길 원하기 때문에, 실제의 건축과 유사한 재료를 적용하는 것을 제작자와 유저들이 선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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