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시인 정지용의 ‘고향’의 시작 부분입니다. 지친 마음의 휴식을 얻으려 고향을 찾았지만 그리던 고향은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 정책으로 이미 몰라보게 변해버렸습니다. 고향이란 언제나 돌아가면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줄 것 같은 곳이었는데 아니었던 것입니다.
부산광역시 영도구는 이제 인천에게 대한민국 제2도시 타이틀도 내 줄 정도로 발전이 더딘 부산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입니다. 자연히 개발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영도는 그 지역 거주민들의 고향인 동시에 한국 전쟁 피란민들이 수소문 끝에 가족들과 재회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영도에는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활력을 잃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도 고향을 찾아 돌아온 이에게 휴식도 줄 수 있는 ‘재생’이 필요했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수상작 ‘아레아 식스(AREA 6)’는 이 어려운 문제를 훌륭히 풀어낸 건축물입니다.
아레아식스 전경 (사진=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아레아 식스(AREA 6)
한국전쟁이 끝나던 1953년 영도다리(현 영도대교) 옆에 자리 잡아 대표적 어묵전문회사로 자리 잡은 삼진어묵은 영도지역의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지역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니다. 사업을 추진한 삼진이음 측은 “70년간 함께 해온 이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의 건축물을 짓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진 (사진=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설계자 오승태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는 신축 건물이지만 최대한 이전에 있었던 특징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름 ‘아레아식스’도 이전 이 자리에 있었던 여섯 개의 옛 주택의 흔적을 상징합니다. 오승태 건축사는 내부 중정을 통해 개방감을 주는 동시에 기존의 골목을 확장해주면서 건물과 지역 커뮤니티가 연계되는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중정 내 휴게공간(사진=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실제 주택이 있었던 자리를 보존하다보니 건물도 삐뚤빼뚤하게 지어졌습니다. 주택 사이사이에 있던 골목길들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새롭게 들어선 건축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1층의 9개 분동형 건물은 재현된 골목길에 접해지도록 했고 중정을 둘러싼 ㅁ자형 2층은 실내 어디서든 외부와 시각적 혹은 공간적으로 연계되며 내부 자연채광과 환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1층 장인점포사진 (사진=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1층은 16.5제곱미터 규모 작은 점포 9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역 젊은 상인들의 작은 실험실이 됩니다. 2층은 공방과 카페, 공유오피스로 구성됐으며 3층 세미나실은 옥상정원과 함께 각종 회의나 행사 장소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지금 내가 부산 영도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곳의 문화와 함께 호흡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레아식스는 부산의 대표적인 지역상생문화 플랫폼으로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송월타올, 부산주당, 인어아지매 등 부산 기반 기업들이 매일매일 방문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오승태 건축사의 일문일답
오승태 건축사 (라이프건축사사무소)
▶ 수상 축하드립니다. 수상작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아레아식스는 부산영도 삼진이음에서 설계를 의뢰한 지역과의 소통 및 상생을 목표로 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입니다. 대지는 100년 전통의 봉래시장 내 노후한 주택들이 밀접한 장소였습니다.
기존 골목길의 흔적과 재료의 질감은 장소가 갖는 기억과 의미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서 옛 골목길을 보존하며 빈집 여섯 채 모습을 그대로 살려 이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3층 건물을 계획했습니다. 기존에 밀집되고 닫혀있었던 부분을 큰 중정으로 열어두었고 누구든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습니다. 올해 2월에 문을 연 아레아식스는 젊은 장인의 창업가게, 지역예술가의 전시장 그리고 지역주민의 사랑방이 되는 공간으로 매우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변화된 공간으로 공간의 가치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다양한 영역에서 공간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건축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 그 지향점을 이번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래되고 방치된 공간이 새로운 건축을 통해 동네를 살리는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레아식스는 전통시장 내 익숙한 공간에 새로운 스타일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영도 지역을 활성화하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내부중정사진 (사진=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기존 골목길을 최대한 보존하고, 재료의 질감을 유지함으로 장소가 가지는 기억과 의미를 지역주민과 공유하였고 큰 중정마당은 주변 봉래시장을 연결하는 길이 되며, 아레아식스 내 다양한 행사는 주민과 함께 하는 어울림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재료가 가지는 물성을 통해 차별화된 공간성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재료가 가지는 쓰임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공간성은 다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재료에 대한 스터디에 매진하고 있으며 다음 프로젝트에 시도해 보려 합니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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