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부산 기장의 유명 카페 웨이브온을 모방한 카페가 울산에 건설되어 논란이 붉어진 가운데 웨이브온을 설계한 이뎀건축사사무소 측은 웨이브온과 유사하게 건설한 건축사무소와 건축주를 상대로 건물 철거를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습니다. 소송 후 4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웨이브온을 모방한 울산의 한 카페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렸는데요. 국내 건축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늘은 마이다스캐드가 국내 최초로 철거 명령이 내려진 울산 표절 카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01. 건축물 표절

<비정형 콘크리트 블록을 엇갈려 쌓아놓은 듯한 부산 웨이브온>
*출처: https://www.idmm.kr

<부산 웨이브온과 유사한 형태로 건설된 울산의 한 카페>
*출처: https://www.busan.com

2016년 12월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카페 웨이브온은 바닷가 앞에 위치하고, 건물은 비정형 콘크리트 블록을 엇갈려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여 연간 90만 명이 방문하는 부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를 잘 활용하여 건축계에서 콘크리트 마술사라고 불리는 곽희수 건축가가 설계하였으며,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아 2017년에는 세계건축상을, 2018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여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웨이브온이 완공된 지 3년 뒤, 울산에 웨이브온과 유사한 건물의 카페가 건설되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두 건축물은 바다와 인접한 곳에 위치하였다는 점을 비롯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비틀어 쌓아 올린 듯한 외관과 연면적, 높이, 규모까지 흡사하여 울산의 한 카페는 짝퉁 웨이브온이라 불리기도 하였는데요. 웨이브온을 건설한 건축가는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과 건축물 철거를 요구하였으나, 울산 카페는 웨이브온이 다른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사용된 건물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습니다.

02. 유사성

<웨이브온 계단 및 커피 바(좌)와 울산 카페 계단 및 커피 바(우)>
*출처: https://weekly.donga.com
<웨이브온 지붕층(좌)과 울산 카페 지붕층(우)>
*출처: https://weekly.donga.com

<웨이브온 인테리어(좌)와 울산 카페 인테리어(우)>
*출처: https://weekly.donga.com

웨이브온과 웨이브온을 모방한 울산의 한 카페 모두 약 490㎡의 연면적, 약 11m의 높이, 지상 3층의 규모로 건설되었습니다. 또한 두 카페 모두 바닷가 인근에 위치한다는 점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두 개를 비틀어 쌓은 듯한 외관도 유사한데요. 바닷가를 접한 발코니와 반대편 도로 입면까지 통유리가 아닌 슬라이드 도어 유리창을 설치한 점, 3층 지붕과 옥상 바닥 및 계단을 원목을 구성하고 콘크리트 조망대를 설치한 점도 흡사합니다.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1~3층 가운데가 뚫린 오픈 스페이스 형태의 중앙 계단이 배치된 내부까지 두 카페는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재판부는 울산 카페의 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3층에서 바닥 방향 조망창이 형성된 박스형 돌출공간, 2층 공간이 경사벽을 따라 3층 돌출공간까지 연속되는 형태의 조형, 경사벽·돌출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벽, 기울어진 'ㄷ'자형 발코니벽, 상부 건물 전면 중앙 통창 등이 웨이브온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웨이브온의 건축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03. 첫 철거 명령

<웨이브온 외부 전경(좌)과 울산 카페 외부 전경(우)>
*출처: https://vmspace.com

<건축물 디자인을 모방 당한 강릉 테라로사 카페>
*출처: https://www.opinionnews.co.kr

<이타미 준 건축가의 작품을 표절한 경주타워>
*출처: https://news.kbs.co.kr

소송 과정에서 울산 카페 측은 웨이브온 건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웨이브온을 무단으로 복제한 건물이 이뎀건축사의 전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가능하지 않기에 5000만 원을 배상과 전면 철거를 선고하였습니다.

건축물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국내 건축 저작관 관련 소송에서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0년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유명 카페 테라로사 건물을 모방하여 경남 사천에 카페를 건축한 건축주에게 법원은 건축물 표절에 대해 벌금 500만원 배상 판결만 내렸고, 철거 명령은 내리지 않았죠. 또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공모전에 제출한 계획안을 무단 도용하여 건설된 경주타워에 대해서도 법원은 손해배상 3,000만원 배상 판결과 함께 성명표시 및 표지석 설치 명령만 내렸습니다.

*출처: https://www.idmm.kr

음반 또는 서적의 경우 표절로 인해 폐기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건축물은 저작권 기준이 모호하여 철거 명령이 내려진 적은 그간 없었습니다. 저작물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작자가 다른 저작물을 모방한 것이 아닌 개인의 정신활동을 투입한 창작물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건축물의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웠죠. 그러나 건축가의 창작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첫 철거 명령 판결이 내려졌으니 앞으로 건축물 모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건축계의 발전을 위해 건축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길 바라며 건축 또는 CAD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마이다스캐드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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