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예술공방(Buan Art Factory)의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건축가협회 주관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누리쉼터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을 기념하며 이번 칼럼의 주제로 다룹니다.
부안상설시장 인근, 원도심에 위치한 부안소금공장은 민족 고유의 제염법으로 재제염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수산업이 발달한 부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장 인근의 소금 공장은 지난 2009년 운영이 중단된 후 폐허로 남아있었다. 부안소금공장의 빛 바랜 간판과 함석판으로 된 큰 문이 장소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이다스캐드가 들려주는 M칼럼!!
'심쿵건축' 황남인 건축가의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건축이야기
필진. 건축사 황남인
한국 건축사
원주시 공공 건축가
유튜브 '심쿵건축' 채널 운영
내러티브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목차
01. 소금공장과 부안상설시장
02. 장소의 풍경과 이야기
03. 일상이 지속되는 열린 공간
04. 장소의 기억을 담는 공간
05. 부안 예술공방으로 보는 도시재생
부안예술공방(Buan Art Factory)
01. 소금공장과 부안상설시장
부안상설시장 인근, 원도심에 위치한 부안소금공장은 민족 고유의 제염법으로 재제염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수산업이 발달한 부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장 인근의 소금 공장은 지난 2009년 운영이 중단된 후 폐허로 남아있었다. 부안소금공장의 빛 바랜 간판과 함석판으로 된 큰 문이 장소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안 예술공방은 이 소금공장이 있던 자리에 계획되었다. 구도심의 필지가 익히 그렇듯 길에 면하는 좁은 입구에 안으로 깊은 비정형을 띄고 있었다. 대지 가장 안쪽에는 원료가 되는 소금을 녹여 침전하고, 입구 가까이 있는 넓은 화로에 평평한 솥을 두고 물을 끓여 소금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차가 겨우 한 대 지나가는 좁은 골목, 건물 사이의 틈 - 1미터 미만은 틈이라고 부르자 - 을 비집고 들어가면 나오는 무허가 주택들. 평 솥 주위에 둘러앉아 소금에 조개를 묻어 구워 먹은 흔적들과 남겨진 소금 포대들. 마을 사랑방 밖으로 어지러이 놓인 신발들과 곳곳의 점집에서 풍기는 향내.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기이한 형태의 필지는 서로 벽을 공유하며 얽혀있던 이곳의 건물들처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를 마구 섞어 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커다란 몸을 뉘어야 하는 공공건축물이 가져야 할 태도는 과연 무엇일까?
02. 장소의 풍경과 이야기
상설시장에서 골목을 따라 이곳으로 걸어올 때, 마치 원래 있던 건물인양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를 원했다. 매화 풍류마을이란 이름의 이 장소는 부안군 도시재생 사업중 하나로 진행되었다. 부안상설시장과 연결된 소금공장 전면의 도로는 문화거리로 조성될 예정이고 지금은 이 길을 따라 역술원들이 다수 위치해 있는데 우리의 필지 남측에도 한 동의 건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금공장의 북측으로는 1미터가 채 안 되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있었다. 처음 현장을 방문한 날에도 문 안으로 여러 켤레의 신발이 보였고, 지나가다 만난 한 어르신은 우리들의 놀이방이니 최대한 늦게 철거해달라 말씀하기도 하셨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기이한 형태의 이 필지는 어느 도면과도 일치하지 않는 비정형의 건물들처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를 마구 섞인 채로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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